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한국의 부모-자녀 관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밀착도가 높고 상호의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죠. 때문에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일부이자 동일시의 대상으로 여기며 보호자로서 강한 책임을 가지고, 자녀 역시 어린 시절부터 학습한 효(孝) 정신을 바탕으로 부모의 노력에 상응하며 살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배경에 근거한 부모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부모화의 개념
부모화란 Boszormenyi-Nagy & Spark의 맥락적 가족치료이론의 개념 중 하나로, 어린 자녀가 자신의 발달 단계에서 필요한 욕구는 억압한 채 가정 내에서 정서적 심리적으로 부모, 친구, 배우자의 역할을 수행하여 이러한 역할들이 긴 시간동안 내면화 되는 것을 뜻합니다. 부모가 어린 시절에 충족하지 못했던 욕구를 자녀를 통하여 충족하기 위해 자녀에 게 무리한 수행을 요구하거나, 부모-자녀 간의 역할 경계가 불명확할 때,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와 감정적으로 융합 관계가 되어 감정의 전이가 발생하거나 부모가 서로 경쟁적으로 자녀의 지지를 획득하고자 할 때 발생합니다. 부모화된 자녀가 돌보는 대상은 부모, 형제자매 등 다양하며, 아픈 부모를 외면했을 때 느껴지는 강한 죄의식을 회피하기 위하여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역할이 내면화되어 책임을 과도하게 감당해야 할 경우에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경험하고 자기 자신의 성장에는 에너지를 쏟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한 책임과 의무에만 시달리게 됩니다. Bowlby(1973)는 ‘역전된 부모-자녀관계’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아동기에서부터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행동을 발달시키게 되면, 이후 성인이 되어서 맻는 대인관계에서도 강박적으로 타인을 보살피는 역할을 맡아서 행동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하였습니다. 만약 부모와 자녀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역전된 역할을 계속하게 된다면 자녀는 자신의 발달 단계의 욕구와 자신에게 부과된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시기에 맞는 발달 과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Byng-Hall(2002)은 부모화된 자녀가 우울과 낮은 자아존중감, 자기 비난 등을 경험한다고 하였고 Wells & Jones(2000)은 부모화 경험을 한 자녀들이 수치심과 과도한 죄의식, 자기애적 성격, 정신적 분열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2. 부모화의 유형
Jurkovic(1997)은 부모화를 돌봄의 지속성, 정도, 책임의 연속선상에 따라 구분하면서 파괴적 부모화, 적응적 부모화, 비부모화 세 가지의 유형 으로 나누었습니다. 파괴적 부모화란 과도하게 외형적으로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적, 물리적 책무를 떠안고 있으며, 문화적으로 인정되기에는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공평하게 인정받거나 유지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파괴적 부모화처럼 역기능적 부모자녀관계에서는 자녀가 심리적으로 건강한 발달을 이루어 가는 것이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적응적 부모화란 외형적으로 볼 때 표현적, 물리적이며 책임이 과도한 상황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보살핌의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가족이 어려운 상황일 때만 일시적으로 책임이 부가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적응적 부모화는 가족 구성원이나 사회문화적 공동체로부터 인정, 지지 등 공평한 대우를 받습니다. 이들은 부모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으며 역할을 과도하게 내면화하지 않습니다. 비부모화는 부모화되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부모가 지나칠 정도로 아동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할 때 아동 자신은 할 일이 없게 된 상태의 유아화까지 포함합니다. 따라서 유아화를 겪은 자녀들은 발달적으로 미성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화는 역할의 구분에 따라 물리적 부모화, 정서적 부모화, 불공평으로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물리적 부모화는 설거지, 육아, 장보기, 요리, 병든 가족 구성원 간호 등 가족이 물리적으로 지탱되기 위해 필수적이고 구체적인 기능적 작업에 대한 책무 등의 어른의 책임을 맡도록 요구받는 것을 말합니다. 정서적 부모화는 친한 친구, 동료,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하거나, 정서적 지지, 갈등 중재, 위안 등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등 자녀가 가족의 사회적․정서적인 안정의 책임을 맡는 것을 말합니다. 불공평은 자신의 돌봄이 정당하게 평가되어 가족을 돌보는 만큼 자신도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서 돌봄 받을 수 있었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정의 책임을 나눠서 맡는 것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불공평의 정도는 부모화 과정이 문화적으로 승인되는지 또는 예상되는지의 정도를 반영하며 자녀가 부모 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이 공평하다고 지각하는지, 부모화 역할이 가족 구성원의 인정을 받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불공평의 경험은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과 자신의 욕구 사이의 모순 속에서 실존적인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게 합니다.
부모-자녀 간의 역할 전이는 정상적일 수 있으며, 부모-자녀 간 사이에 발달의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적응적으로 부모화된 자녀는 자신의 나이보다 더 빠르게 책임감, 능력, 자율성 등을 발전시킬 수가 있고, 때로 외부로부터 좋은 강화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화가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돌봄이 상호 호혜적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공하기만 하여 불공평을 경험할 때 주로 나타납니다.
3. 부모화의 원인
부모화의 원인은 애착이론, 맥락적 가족치료 이론, 구조적 가족심리치료 이론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맥락적 가족치료 이론은 부모화가 가족들 사이에서의 윤리적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부모의 자녀를 향한 비현실적인 기대 혹은 윤리의 맥락에 맞지 않는 자녀에 대한 태도가 자녀로 하여금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행동을 야기하게 되므로, 이 과정에서 부모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자녀는 부모로부터 자율성과 충성심을 착취당함으로써 자신의 욕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핍상태로 성장하게 되고, 이는 다음 세대를 또 다시 이용, 착취하는 행동으로 내면화되어 갑니다.
애착이론에서는 부모화 경험을 강박적 돌봄으로 설명하며,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은 타인을 보살피지만 정작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방식을 애착 행동 중의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자녀는 부모를 안전지대로 여기며 안정애착을 느끼게 되는데, 부모가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할 경우, 아동은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보다 부모의 부정적인 정서를 보살피는 역할을 선택하여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안정적인 안전지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자녀는 자신이 돌봄 받고 싶은 욕구는 외면하고 대신 부모를 돌보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구조적 가족치료 이론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대체로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와 융합관계를 이루게 되어 감정 전이가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부모가 서로 경쟁하여 자녀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할 때 부모화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안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여 자녀의 욕구와 감정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부모화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부모화된 자녀들은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킬 때에만 부모가 반응을 해주는 경험을 함으로서 거짓 자기를 형성하게 되고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억제하여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보살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자녀는 이러한 경험에서 자신의 감정은 억압하고 부모의 감정을 내면화하여 부모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4. 부모화의 영향
가족 안에서 갈등이나 위기가 발생하여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이 상황에 맞게 재정립될 수 있지만 그러한 가족 역동이 특정 자녀에게 과하게 집중하여 부모와 같은 보호자의 역할을 하도록 요구한다면, 극단적인 무력함, 과도한 충성심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참된 자기를 무시하거나 억압하여 낮은 가치감을 갖게 됩니다. 부모화된 자녀는 원한, 공격성, 박탈감, 우울 등의 부정적 정서를 갖게 되지만 이러한 정서는 겉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거나 좌절, 실망감 등의 부정적 정서를 외부 또는 부모에게 표현할 경우 부모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위협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즐겁고 어리광 부리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상실하게 되어 양육자에게 보호받는 경험을 받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러한 자녀와 부모 사이의 역할 뒤바뀜 현상으로 인해 자녀는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게 되어 발달 단계에 필요한 과업을 수행하 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역기능적 성향을 보일 위험성을 갖게 됩니다.
또한 과도하게 어른의 세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나이에 맞는 사회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모화 정도가 높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인관계의 두려움, 소외감 등을 많이 보고하였으며, 부모화 수준이 높을수록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경향이 있고,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더 어려워하였습니다. 또한, 부모화 경험이 많을수록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였으며,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 더 큰 두려움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부모화의 영향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도 존재합니다. 이들 연구에서는 부모화 경험이 타인에 대한 건강한 배려(조은영, 2004), 대인관계 유능성(Jurkovic, Casey, 2000)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지지 추구와 자기위로 능력(김지성, 2009) 학교부적응의 감소(McMahon & Luthar, 2007) 등의 적응적인 기능의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부모화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보고되면서 부모화의 영향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Hooper, 2007). Weisshaar(2005)는 부모화의 영향력이 하위유형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고했으며 국내연구에서는 강선모(2015)가 부모화의 하위유형에 따라 대인관계 유능성에 차이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 밖에 부모화의 영향에 배경변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연구가 존재합니다. 부모화 경험의 영향이 자녀의 성(gender)에 따라 다르며 특히 딸들이 더욱 부모화된 역할을 떠맡기 쉽다(Goglia et al., 1992; Mirkin, Raskin, & Antognini, 1984)는 연구와 같이 사회적 성역할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와 함께 여학생의 부모화 정도가 더 높다는 국내 연구(신주연, 2003; 하예린, 2015)가 존재하는 한편, 조은영(2004)의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른 부모화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타나는 등 부모화 정도에 관한 성차는 연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또 형제가 많을수록 부모화가 높게 나타나고 ‘첫째’나 ‘가운데’ 순위의 자녀가 ‘막내’나 ‘외동’ 순위의 자녀보다 부모화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최유리, 2016; 신주연, 2003; 문비, 2006)가 존재합니다.
※ 참고문헌: 대학생의 부모화 경험이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 내현적 자기애와 자기개념 명확성의 매개효과(석해선,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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