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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슈

[교육 논설] 우리는 왜 학생을 평가하는가?

by 신박에듀 2019.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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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종종 어떠한 트리거(trigger)로 인해 자신의 지식체계나 가치관이 수정되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순간들은 미디어, 일상, 교육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일어나기 마련인데, 나는 지난주 수업시간에 이러한 경험을 하였다. 그 경험의 주제는 여러 가지 평가의 형태 중 하나인 형성평가에 관한 것인데, 기존에 내가 인지하던 개념에서 나아가 확장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에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형성평가는 교사와 학생간의 피드백이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요소이고, 이는 교실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생의 성장을 돕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 학부생 시절 수업과 교재를 통해 형성한 나의 지식체계였다. 그러나 지난 주 수업시간 교수자의 트리거로 나는 이러한 형성평가의 작용이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생을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일상적이고 쉬운 표현으로 관심, 보살핌, 돌봄 등으로 대용(代用)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형성하였다. 인간이 태어나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학교와 직장을 피드백 작용을 거치며 계속해서 성장하는 우리의 인생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평가를 하는 근거를 1차원적으로 생각해보면 소위 서열화의 성격이 짙다. 대선후보를 검증 하는 과정,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과정 등의 평가에서부터, 순간순간의 의사결정, 매일의 최대의 고민인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것까지 평가는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평가들은 우리가 평가대상을 비교하여 나름의 준거로 서열을 매긴 다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이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이기도 한 학생 평가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교육평가는 평가대상에 대하여 평가기준을 가지고 가치판단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평가자의 의도대로 수치화, 점수화 한 지표들로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이에 더하여 왜 평가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평가 이후에 학생의 성장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실현장에서 바라본 우리가 학생을 평가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학생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누구나 가지고 있고, 우리는 평가를 통해 그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을 평가한다. 교실현장에서 마주하는 학생은 정적인 존재가 아닌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교수자가 교수-학습과정 및 평가에 대한 고민을 하여 학습목표에 도달한 변화된 학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평가와 학습을 동일 시 하는 관점이나 성장을 위한 평가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수자의 평가에 따라 학생은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지며 학생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 과정의 좋은 예로 학생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을 준다는 점에서 서두에서 언급한 형성평가를 들 수 있다. 학생의 학습 결과에 대해 오직 평가를 위한 평가만 한다면 학생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학습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잘못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수정하고, 이어지는 평가에서는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학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인간은 늘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고,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때로는 그 틀이 수정되기도 하며 계속해서 성장하는 잠재력을 누구나 경험하였기에 우리가 학교현장에서 학생을 평가해야 하는 당위성은 자연스레 확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교실장면에서 우리는 학생을 측정할 수 없기에 평가한다. 학생이 학습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들은 수치화하여 정량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있지만, 창의성이나 인성과 같은 정의적 영역 또한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 일방적인 측정만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때 사실상 교사의 존재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의 비언어적 표현부터 학습목표에 따른 학생의 성장을 아우르는 전인적인 평가는 오롯이 교사의 역량에 기초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검사도구 뿐만 아니라, 관찰, 면접, 포트폴리오 등을 활용하여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도구들은 학생의 정의적 영역을 100% 평가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교사의 다각화된 평가방법과 학생을 성장시키겠다는 노력들은 분명 점진적으로 정의적 영역의 평가도구 또한 타당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교사는 이러한 정성적 평가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다양한 평가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교사 본인의 인성, 윤리성, 공정성 및 전문성 등의 개인적 역량이 확보될 때 타당하고 신뢰로운 교실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뿐만 아니라 평가자 또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학생을 평가한다. 교실현장에서의 평가는 앞서 학생평가의 두 가지 근거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교수-학습 과정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생을 성장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교실현장에서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수자 또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인간의 사회적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개개인이 독립된 인격체를 형성하여 살아간다. 다시 말해 이러한 개개인의 인격 및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빠트릴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호작용의 특징을 그대로 교실현장에 가져왔을 때, 학생이 교사에게 영향을 받는 것은 목적으로 보나, 결과로 보나 자연스러운 것일테고, 반대로 교사는 학생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교사가 피상적인 수업설계를 하였을 때는 피상적인 평가를, 세부적이고 깊은 숙고를 거친 수업설계에는 그에 맞는 깊은 평가를 하듯이, 교사 본인이 이러한 과정 속에서 더 나은 수업설계 및 학생평가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지속한다면 학생과 함께 교사 또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교사가 제시하는 피드백은 학생이 성장하는데 분명한 영향력이 있듯이, 교사 또한 학생이 보내는 반응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선 학교 현장에 있는 수석교사라는 제도를 예로 들고 싶다. 수석교사제는 가르치는 일을 평생직으로 헌신하게 하고 장기근속 교사의 사기를 높이며 이들을 중시·우대하기 위한 제도이다. 일각에서는 교직 경력의 연공서열로만 이 직책을 남용한다는 시선이 있지만, 신규 임용된 교사나 수업개선 의지가 있는 교사에게 멘토링, 수업참관, 조언 등 동료장학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사명감이 필요한 직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러한 수석교사가의 발자취에는 학생과 교사 간 끊임없는 소통과 그에 따른 교사의 반성의 흔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 수업설계 및 학생 평가를 통해 성장한 교사의 직책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왜 학생을 평가하는지 나의 생각을 기초로 하여 세 가지로 요약하였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의 지식체계는 언제나 새로움에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내가 제시한 세 가지의 근거 또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12년 학제, 4년의 학부생활, 그리고 현재 교육업계에 종사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형성한 학생 평가의 당위성은 이와 같다. 그리고 이번 논설을 작성하면서 일종의 게슈탈트 붕괴현상을 경험하였는데, 내가 기존에 인지하던 평가를 계속 되뇌고 교실 현장에서 학생을 성장시키는 도구로 새롭게 적용하다 보니 단어에서 낯섦이 느껴진 것이다. 나는 이 낯설음은 달리 해석할 것이 아니라 논설을 작성하는 과정 속에서 나 또한 성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모든 존재하는 것이 나날이 새로움에 도전받는 요즘, 교육 현장 또한 다방면에서 변화의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인생의 축소판인 교실 현장에서 진정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평가를 해야 함을 모든 교육종사자가 느껴야 할 시점이며, 나부터 그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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