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시험지 유출사태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상에서 교육부가 지난 해 12월, 한 학교에 교사와 그 자녀가 함께 다닐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고교 상피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피제의 역사
상피제는 한국사를 학습해 본 사람에게는 왠지 친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그 역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상피제가 처음 성문화 된 것은 고려 선종 때로, 일정범위 내의 친족간에는 동일한 관청이나 상하관계가 있는 관청에 근무를 할 수 없게 하는 상피제를 시행한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상피제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는데, 의정부를 비롯한 군사기관, 청송관, 고시관 등 대부분의 관직에 적용되어 매우 엄격히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의 인식에서도 알 수 있듯 고위 관직 및 공직에 대해서는 이러한 청렴 및 공정의 문화가 필요했고, 이는 연고에 따른 영향에서 자유롭도록 상피제라는 제도를 통해 실현을 시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판 상피제, 고교 상피제
과거 관료 조직의 운영에서 나타났던 상피제는 최근 숙명여고 사태가 불거지면서 교육부가 다시금 제창하고 권고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숙명여고 사태의 골자는 교무부장이었던 교사가 그의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하였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으로, 교육장면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는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이에 교육부는 작년 12월 각 시도교육청에 '고교 상피제' 도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권고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권고'만을 했던 탓일까요. 여전히 전국에는 약 500명 가까운 교사가 여전히 자녀와 함께 학교에 재직 중입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939명에서 약 48% 감소한 2019년 5월 기준 489명이 같은 학교에 재직 중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정을 보면 모든 단위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제도가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학교가 제한적이라 어쩔 수 없이 교사와 자녀가 함께 학교에 소속될 수 밖에 없으며, 장애를 가진 자녀의 경우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야하는 교사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피제와 닮은,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
교육부는 위에서 언급한 부분을 우려하여 12월에 상피제를 도입을 함과 동시에 '학교 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면서 교사와 자녀가 불가피하게 동일한 학교에 소속돼야 하는 경우에는 평가업무에서는 반드시 배제되도록 명시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평가업무 배제가 일괄적인 제도 적용보다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단위학교 각각의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에도 비슷한 제도가 최근 법제화되었습니다.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입학사정관과 4촌 이내의 친족 관계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수험생이 그 대학에 지원을 하면 해당 입학사정관은 학생 선발업무 과정에서 배제되는 고등교육법이 4월 5일 의결되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성적 평가요소가 포함되는 만큼 공정성 제고를 위한 법적 근거를 제도화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교육은 많은 경험과 진통을 누적해가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사고] ② 자율형 사립고의 추진 과정 (0) | 2019.07.06 |
---|---|
[자사고] ① 자율형 사립고의 도입 배경 (0) | 2019.07.05 |
[교육 논설] 우리는 왜 학생을 평가하는가? (0) | 2019.07.03 |
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 前 교무부장의 문제유출 사태로 본 교육현장의 시사점 (0) | 2019.05.28 |
sky 캐슬 예서 책상, 입시 성공의 지름길인가? (0) | 2019.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