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진학한다는 것은 '인생역전'이라는 워딩을 대입하고, 일생 일대의 중요한 순간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토는 어제오늘일이 아닌 듯 합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경험했고, 계속해서 피부로 느끼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분위기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관련 이슈, 그 중에서도 대학입시와 관련된 사건·사고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 7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숙명여고 문제유출의혹관련 민원글이 올라온 것이 스모킹건으로 작용한 이 사건은 쌍둥이 딸을 자녀로 둔 숙명여고의 전 교무부장이 시험지를 유출하여 자매에게 사전 유포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으로 최근(2019.5.23.) 법원 1심에서 사건의 당사자인 현경용 전 교무부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다시금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문제 유출 사태의 전말
단위학교에서의 내신성적은 학교별로 교육환경에 따라 그 수준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위 공부잘하는 학교에서 내신을 최상위권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본 사건의 배경이 된 숙명여고는 이른바 강남 8학군에 위치한 명문 사립 고등학교로, 내신 성적에 대한 경쟁이 매우 치열한 학교입니다. 작년에는 서울대 합격자를 17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학교 자체가 가진 위상이 높은 숙명여고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의 구성원은 물론이고 입시 관계자나 고입을 앞둔 학부모 등 외부인에게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뜨거운 관심 속에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두 쌍둥이 딸이 방학식 날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교 1등에 대한 수상을 받게됩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표창을 하는 것은 단위학교에서 굉장히 자연스러운 광경이나, 학생들이 보기에 뭔가 석연찮은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전국 모의고사 성적이나 평소 내신이 최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던 쌍둥이가 같은 학기에 동시에 전교 1등으로 드라마틱한 성적 상승이 이루어졌던 점을 합리적으로 의심하였던 것입니다. 숙명여고와 같은 높은 수준의 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전교생이 내신 관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기 때문에 이들의 성적은 고입당시에 형성된 상, 중, 하위권의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따라서 중·하위권 학생이 내신성적을 큰 폭으로 올려서 최상위권으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결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숙명여고 문제유출의혹과 관련된 민원글이 올라가게 되고, 이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특별 감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감사 결과 심증으로는 확실하나, 정확한 물증이 부족하여 진실을 알기 힘들다고 결론을 냈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현경용 교무부장을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하게되고, 작년 11월 구속기소되었습니다. 쌍둥이 딸은 자백을 하지 않아 소년보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지게 됐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쌍둥이 자매는 퇴학, 교무부장은 파면처리 하였습니다. 특히 쌍둥이 딸이 학교에서 퇴학처리를 하기 전 자퇴를 하려했던 정황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자퇴를 하면 관련기록이 삭제되는 점을 악용하려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러한 정황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가운데, 법원은 2019년 5월 23일 현경용 전 교무부장에게 "피고인이 4번에 걸쳐 답안지를 유출시켜 그 결과 쌍둥이 딸들이 실력과 달리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사실히 넉넉히 인정된다. 이로써 숙명여고의 정기고사에 관한 업무가 방해됐고 업무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하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현경용 전 교무부장은 항소 의사를 내비치며 재판이 장기화 될 것을 암시했습니다.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문제 유출 사태가 교육현장에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 것 같지만,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우리나라의 주된 대입전형은 학생들의 교과내신을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수시'전형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내신성적은 수시전형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형요소이며,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생들은 줄곧 내신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모든학생들의 내신성적을 절대평가하여 학생들의 내신성적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이 과연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현재 고교학점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성취평가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을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취지이나 모든 학생이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성취평가제로 평가를 적용받는다면 대학은 어떻게 진학을 해야할까요. 우리의 교육장면은 우리나라의 교육적 관심을 반영하며 최대한 합리적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학생들의 내신성적을 상대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이겠지요. 숙명여고 사태가 우리 사회에 단위학교의 내신성적 관리에 대한 신뢰도를 격하시키고, 업무에 대한 공정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것은 팩트입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그 간의 평가제도를 뒤흔들거나 무리한 정시확대 등의 시도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거나, 미봉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교훈삼아 교육장면에 대한 신뢰도를 우리 모두가 감사위원이라는 자세로 함께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암암리에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질 우려가 있는 사건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자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은 전국의 많은 수험생들에게 각자의 방법으로 모두 수요가 있는 전형들입니다.
교육부는 수험생에게 기회적 평등을 제공하고, 결과에 대한 합리적 수용이 가능한 대입전형의 틀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단위학교에서는 더욱 더 공정하고 신뢰로운 교육현장 구현을 위해 교사로서의 윤리의식 및 책무성 제고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하며, 대학에서는 학생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의 땀방울을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를 통해 선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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