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아이즈너의 교육사상 중 학교 교육의 목적, 교육적 감식안, 교육 비평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표상의 형식, 수업 예술성, 표현적 결과로 나누어 그의 교육사상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표상의 형식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소통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글이 없었던 선사시대에도 사람들은 가족과 이웃과 그 당시의 방법으로 소통하며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 의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는 타인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한 방법은 비단 말이나 글뿐 아니라 몹시 다양할 수 있습니다. 권덕원(2000)은 “인간은 오래전부터 개인적인 경험을 ‘공공적인 것’, ‘외 형적인 것’으로 나타내기 위해 많은 방법들을 고안해 왔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는 사적인 영역에 있는 개인적인 생각을 공적인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감각은 경험을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상징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여기에서 표상의 형식이 만들어집니다. 아이즈너는 표상의 형식에서 감각기관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상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우리의 경험에서 나오고, 우리의 경험은 우리의 감각기관의 예민성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감각기관이 의식을 형성하는 자료를 제공하면, 우리는 우리의 의식을 밖으로 매개하고 변형하고 운반하기 위하여 의식의 내용과 다양한 자료의 감각적 잠재력을 사용한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표상형식을 통해 우리의 사적인 삶을 창조하고 향상하며 그것을 공적인 존재로 만든다. 공적인 존재로 만듦에 의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표상 형식이 취할 수 있는 형태는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말이나 글 등의 언어에서부터 그림, 춤, 악기 연주, 노래 등의 형식으로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표상 형식들 중 어떤 것을 취할 것인지를 선택 하는 것은 상황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장소나 풍경에 대한 표상이라면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고, 특정 사건을 상세히 풀어나가고 싶다면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으로 나타내거나 영화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작곡가는 자신이 인상 깊게 본 장면이나 들은 이야기에도 멜로디를 떠올려 창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표상 형식의 선택은 세상을 공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의 선택입니다. 아이즈너(1994)는 이것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그 물의 종류가 우리가 던지는 그물의 종류를 결정하며, 우리가 던지는 그 물이 우리가 잡는 고기의 종류를 결정한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개인은 지각력을 가지고 감각 체계, 선행 학습의 개인적 역사, 특정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는 태도나 성향, 표상 기술 등을 소유하고서 다양한 질로 구성된 환경과 교류합니다. 개인의 태도, 목적, 선행 학습에 의존하는 이러한 교류에서 환경의 여러 측면이 이해되고 개념이 형성됩니다. 이러한 개념은 감각 체계를 통해서 얻게 되는 경험에서 형성됩니다. 개인이 환경의 질과의 교류를 통하여 확보할 가능성이 큰 의미의 종류는 그 개인이 형성한 개념의 종류에 의존합니다. 즉, 그 의미의 종류는 그 개인이 선택하 고 경험한 질의 특성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환경의 질과의 교류에서 얻게 된 개념을 외현화 하려면 표상 형식을 사용해야 하고, 사용한 표상 형식은 다시 환경을 구성하는 질의 일부가 됩니다. 표상 형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피드백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의 표상 형식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상황에서 자신이 느낀 것에 적합한 표상 형식을 찾아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표상 형식을 학습하지 못한 사람들은 표상의 방법에 제약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표상 형식을 학습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어떠한 수단으로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생각을 말, 시, 그림, 춤 등 적합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학습을 통해 독려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개인이 전달하려는 것을 표상 형식을 통해 드러내려면 전달하려는 바로 그것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즈너는 이를 ‘표상 형식의 처리양식’이라는 용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표상 형식이든지 모방적, 표현적, 인습적인 세 가지 방식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모방적 양식’은 인간의 역사에서부터 가장 흔하게 예를 찾을 수 있는 양식입니다. 단적인 예로 상형문자도 시각적 이미지에서 착안하여 만든 글자로서 모방적 양식의 일종입니다. 모방적 처리 양식의 현대적인 예로는 교통 표지판을 들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 도로 모양, 안개 주의, 제한 속도 등을 나타내는 표지판은 실제 모습을 이미지화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 외에 그림과 사진, 지문 등도 모방적 처리 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표현적 양식’은 눈에 보이는 특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 표현적 특성을 찾아내는 것으로, 여기서도 모방을 하게 되지만 시각적으로 보이는 그대로의 모방이 아니라 ‘느낀 대로’ 표현적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 마음속에서 형성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의 표면적 모습을 넘어 그 내 적인 뜻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알아낸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하려면, 그 지식의 질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표현적 처리 양식이 필요합니다.
‘인습적 양식’이란 사람이 특정 문화에서 살아가면서 그 사회 속에 녹아 있는 문화를 자신도 모르게 배우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사용하는 언어와 기호, 약속이 그것입니다. 문화권 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인습적 양식의 처리양식은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모방적 양식이나 표현적 양식에 비해 좁습니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표상 형식은 한 가지만 사용할 때도 있지만 종종 결합되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경우가 그러한데, 시각과 청각으로 시나리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인간관계와 인과 구조를 통해서야 심층적 내용과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에서는 그 문화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때에 맞도록 개별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표상 형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표상의 형식들을 배우는 학습 단계에서 다양한 표상의 방법을 배우고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 수업 예술성
흔히 가르치는 일은 지시적이고 딱딱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길러내는 의미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그만큼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일, 윤리적인 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즈너는 가르치는 일을 예술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예술의 심미적 속성은 우리가 사는 매일매일의 일상적 경험 속에 내재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철학가의 삶이든, 도 공의 삶이든, 청소부의 삶이든 모든 사람의 삶에는 예술적 속성이 내재 해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교사도 마찬가지이고 교사의 삶은 수업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수업에서 교사의 주체적 역할을 강조하며 이야기하였고, 예술과도 같은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지식과 기술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성인 이전의 학생들은 아직 인격이 다 자라지 않은 미숙한 상태로써 그들을 품어줄 수 있는 큰 가슴을 가져야 하는 일입니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 감정이 학생들에게 전해지고 학생들 역시 교사를 사랑으로 대할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강의와 질문, 발표와 같은 수업 중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교사와 학생의 경험은 예술적인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곧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수업이라는 지식 전달 과정에서 감정이 오고 가는 가운데 교사와 학생은 내적 충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수업은 어떠한 결과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정 전체를 들여다보아야 그 수업의 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수 ․ 학습 행위 중에 교사와 학생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어떤 부분을 특히 강조하는지, 목소리의 크기는 어떤지, 교육과정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조직하였는지, 학생들은 교사의 발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개별활동이나 모둠활동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참여하는지 등은 그 모든 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러한 선택을 통해 하나의 수업이 완성됩니다. 우리는 무용가의 동작, 연주자의 연주 하나하나의 행위를 모두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수업에서 일어나는 과정들도 충분히 예술적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즈너는 가르치는 일이 예술인 이유로 교사의 행위가 우연한 일에도 대비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교사의 행위가 일상적인 일에 의해서 지배 받지 않고, 예측하지 못하는 우연한 일에도 대비한다는 의미에서 가르치는 일은 예술입니다. 교실에서의 이런 우연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교사는 늘 참신한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일상적인 일이 교사의 행위를 지배하지 않는다는 말은,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 일상적인 일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일들이 충분히 있어야 일상적이지 않은 어떤 일은 참신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적인 수업을 하기 위해서 교사는 수업에서 사용할 교육 내용들을 창의적으로 조직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수업을 창의적이고 창조적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창의적인 내용은 일상적인 내용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음에서 나옵니다. 일상적인 수업에 충실한 교사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수업도 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르치는 이유가 예술인 이유로는,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 에서 목표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목표란, 미리 교사가 주도적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 아닙니다. 학생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설정된 목표입니다. 또 꼭 수업 이전에 구체화해 둘 필요도 없습니다. 수업 중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서 전달되는 지식의 내용뿐 아니라 사회성의 체험, 협동과 자신감 향상과 같은 이 모든 것들을 이루는 것을 목표라고 볼 수 있고, 이것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예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즈너의 수업 예술성을 기반으로 ‘수업 기술주의’ 담론의 한계를 지적한 이재남(2010)은 다섯 가지 범주에서 아이즈너의 수업 예술성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첫째, 인지와 감정의 통합으로서 수업의 예술성입니다. 인지는 감정과 분리될 수 없고 감각은 경험의 원천입니다. 감정과 정서는 예술의 영역과 연결되고,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감정이나 느낌’의 문제로 직결 됩니다. 둘째, 표상 형식의 다양성으로서의 수업의 예술성입니다. 다양한 학문 및 예술 등은 표현의 방식에 따라 그 표상 형식이 결정됩니다. 수업에 서의 표상 형식은 학생과 교사가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다양한 형식으로 구체화됩니다. 표상의 형식은 생각과 느낌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경험을 바꾸는 본질적 도구입니다. 이러한 측면은 예술의 다양한 표현 양식에 해당되는 예술적 요소가 수업 속에 다양한 표상 형식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셋째, 예술적 감각 ․ 경험으로서의 수업의 예술성입니다. 수업에서 늘 하게 되는 ‘우연성과 대응’, 수업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감식안’, 수업을 함으로써 교사와 학생이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내적 충만감’이 그것입니다. 넷째, 창조적 활동으로서의 수업의 예술성이다. 예술과 기술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예술을 기술처럼 똑같이 복사해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수업의 상황은 정량적이지 않고 어떤 상황도 똑같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하더라도 그 수업의 일면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섯째, 목표의 과정 속의 실현으로서의 수업의 예술성입니다. 목표에 과정이 종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 서는 목표가 과정 속에서 실현되고 변화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예술가의 작업 과정이 목표까지의 과정을 기계적으로 순서화할 수 없고, 발견적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수업 현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과정들은 대단히 유연하게 작동하고 있고 이는 한 마디로 단언할 수 없는 예술적 수완에 의해서 인식이 가능합니다.
가르치는 일이 예술이기 때문에 교사는 가르치기 위해 자신이 가르칠 내용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하고 목적의식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수업은 열 번을 한다면 그 열 번이 완전히 같을 수가 없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변수가 상당합니다. 학급마다 학생 수가 다를 수 있고 학생들의 성향, 학급 분위기, 나올 수 있는 질문이 모두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표가 달성될 수 있고, 이 과정을 예술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교사는 누구보다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고 조직하며, 그 어떤 변화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감식안을 가지고 학생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표상 형식은 물론이고 익숙하지 않은 표상 형식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을 위한 인내와 믿음, 사랑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3. 표현적 결과(Expressive Outcomes)
아이즈너는 ‘행동목표’를 비판하였던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교육에서 그 유용성을 널리 인정받아왔던 행동적 수업 목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목표를 미리 정하지 않고 어떤 활동을 하 는 도중이나 끝낸 후에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무언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이즈너가 예술교육에서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반대했던 기술공학적 목표 진술에 대해 살펴보고, 그가 주장한 재개념주의적 목표 진술, 특히 표현적 결과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1) 기술공학적 목표 진술
Tyler는 교육은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 목표는 학생의 행동 변화를 명시적이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진술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교육의 과정보다는 결과에 관심을 기울인 것입니다. 교육 목표를 진술할 때는 학습자를 주체로 하여 다루어질 ‘학습내 용’과 기대되는 ‘도달점 행동’을 동시에 진술해야 합니다. 그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Tyler의 교육목표 진술 방법>
학습내용 |
도달점 행동 |
악곡을 익혀 |
파#(f#)에 주의하여 리코더로 연주할 수 있다. |
위와 같은 목표 진술 방식을 ‘행동목표’라 합니다. 이러한 목표 진술 방식은 평가를 상당히 용이하게 합니다. 여기서 ‘용이하게 한다’는 말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학생은 수업을 시작하며 제시된 학습 목표를 이수해야 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해내지 못한 학생은 낮은 점수를 받는 것입니다. 위에서 제시된 예의 학습 목표로 보자면, 악곡을 우선 리코더로 연주할 줄 알아야 하는데, 주어진 악곡은 ‘파#’ 음정이 등장하는 초등학교 수준의 악곡이므로 사장조(G major)이거나 혹은 다 장조(C major)인데 임시표의 사용으로 ‘파#’ 음정이 등장하는 곡일 것입니다. 우선 학생은 이 제재곡을 익혀야 하며 리코더로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리코더로 다 장조의 음계를 연주하는 일반적인 방법과 다른 ‘파#’ 음 정을 정확히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한 경우 평가에서 최고점을 주면 됩니다. 만약 리코더를 연주할 수 있지만 ‘파#’ 음정을 소리 내지 못하거나 머뭇거린다면 그다음 단계의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예 악곡을 익히지 못했거나, 악곡을 익혔으나 리코더로 연주할 수 없는 학생은 최저점을 준다면 그 누구도 이 평가 결과에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 진술 방식은 평가 뿐 아니라 교사가 수업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도 훨씬 편리합니다. 교사는 악곡이 학생들에게 익숙해지도록 가르친 후 리코더 운지법과 연주 자세를 지도하고, 특히 ‘파#’ 음정의 운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가르칩니다. 이렇게 수업을 구성한다면 교사로서는 수업의 계획과 진행이 몹시 편리해집니다. 도달점 행동을 상세하고 분명하게 진술해 놓을수록 교사로서는 수업을 구상하고 지도하고 평가하는 일이 수월해집니다. 학생 또한 그 수업에서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 40분을 낭비하지 않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업은 이미 정해 놓은 목표를 이루는 것에만 치중하게 될 수 있어 경직성을 띨 수 있다는 단점 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에서는 학습 목표로 제시한 것 외에도 잠재적으로 학생들이 습득하게 될 수 있는 많은 교육적 요소들이 있는데 이를 간과하게 됩니다. 또한 교수 ․ 학습에서 평가로 가는 방향이 기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행동목표는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는 목표 진술 방식입니다. Tyler 외에도, Mager, Gagne 등이 학생의 도달점 행동을 상세히 밝힌 방식의 기술공학적 목표를 주장하였습니다.
2) 재개념주의적 목표 진술
아이즈너는 기술공학적 목표 진술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목표 진술 방식을 주장한 학자들 중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는 당시 학계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던 행동목표에 대해 ‘미국교육연구협회(AERA ․ 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의 학회에서 “교육목표: 조력자인가 아니면 방해꾼인가?”라는 글을 발표하며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술공학적 목표 진술이 교육을, 그리고 수업을 상당히 왜곡시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아이즈너는 이러한 수업에서 교사는 공장 책임자에 의해서 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작업을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시키는 노동자로 생각하였습니다.
“교육의 과정(educational process)과 공장의 공정(industrial process)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목적이 일정하고, 이미 정해 진 생명이 없는 물체를 다루면서, 그 물체의 유효성을 따지거나, 아니면 그 일의 비효율성을 찾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천 파운드의 압력이 직경이 1인치이고 두께가 30인 철에 가해 졌을 때, 그 압력에 대한 반동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공정 중에 사람이나 기계의 실수가 없었다면, 결과는 언제나 같은 것이다. 공장의 관리자는 그것을 기초로 해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교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교사나 학생은 무생물이 아니고 움직이고 숨 쉬는 생물이다. 그들은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도 달리 반응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그 자극이란 것이 학생의 개성과, 그 자극 자체의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서 달리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공학적 목표는 교육을 공장의 공정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하며 교실을 숨 쉬는 생명체에 빗대어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을 수용할 수 있는 수업을 목표로 해야 함을 말하였습니다. 물론 기술공학적 목표가 단점만 가지고 있는 목표 진술 방식이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특정한 기술이나 방법을 익히는 일에 있어서는 기술공학적 목표의 활용이 가장 유용하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모든 교육의 목적이 그러한 형태로 축소되 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경고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래 <표>와 같이 프로그램의 평가나 구성에 활용될 수 있는 목표와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목표와 교육과정 설계>
행동목표 (Behavioral Object) |
→ |
행동과학적 행위 (Behavioral Activity) |
문제해결을 위한 목표 (Problem-Solving Objective) |
→ |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 (Problem-Solving Activity) |
표현 행위 (Expressive Activity) |
→ |
표현적 결과 (Expressive Outcomes) |
행동목표는 이미 위에서 충분히 언급하였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도록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 설정이 행동목표의 설정과 다른 점은, 학생들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우리 반의 합주를 위해 어떤 악기들을 편성하면 좋을지, ‘산토끼’ 노래의 멜로디와 리듬, 가사에 알맞은 신체 표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 등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무궁무진합니다. 이 점이 행동목표와 극명하게 다른 점입니다. 행동목표는 도달점 행 동이 한 가지로 명시되어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에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도달점 행동이 나올 수 있고, 이것들 모두가 논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된 해결이기만 하다면 전부 정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유형의 교육 목표는 표현적 결과입니다. ‘목표’라는 말에 이미 설정된 목표가 정해져 있음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목표(Object)’ 대신 ‘결과(Outcomes)’라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결과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일정한 참여 이후 얻어지는 소득입니다. 표현적 결과는 개인의 경험이나 목적에 알맞은 풍부한 행위를 의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얻어지는 교육과정의 결과입니다. 교육과정의 기획이나 교육은 단순하거나 획일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명백하게 규정할 수 없 는 목표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또, 목적이 행위 이전에 설정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목적은 행위 도중에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표현 결과의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이즈너의 문제해결목표 진술의 예>
표현 행위 |
친구가 만든 즉흥곡을 듣고 다양한 방법으로 느낌을 표현해 보자. |
이 진술의 경우 활동이 명기되어 있지만 이 활동이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없습니다. 그리고 ‘~ 할 수 있다.’라는 성취에 진술을 피함으로써 결과에 대한 제한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활동을 통하여 도출되는 결과는 수 없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우선 친구가 만든 즉흥곡이라는 것부터 확산적 사고에서 나온 제재이고, 이를 들은 학생은 시나 그림, 신체의 움직임, 다른 악기를 활용한 표현 등 얼마든지 다양한 표상 방식으로 자신의 느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청각적 표상을 또 다른 방식의 표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고, 친구가 즉흥곡을 만든 의도를 유추해 보는 등 음악적으로 보다 심오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아이즈너의 세 가지 교육목표의 특징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교육목표의 세 가지 형태와 특징>
종류 |
특징 |
평가방식 |
행동목표 |
․ 학생의 입장에서 진술 ․ 행동용어 사용 ․ 정답이 미리 정해져 있음 |
․ 양적 평가 ․ 결과의 평가 ․ 준거지향 검사 사용 |
문제 해결 목표 |
․ 일정한 조건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 ․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음 |
․ 질적 평가 ․ 결과 및 과정의 평가 ․ 교육적 감식안 사용 |
표현적 결과 |
․ 조건 없음 ․ 정답 없음 ․ 활동의 목표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고 활동하는 도중 형성 가능 |
․ 질적 평가 ․ 결과 및 과정의 평가 ․ 교육적 감식안 사용 |
※ 참고문헌: 아이즈너(E. Eisner) 교육 철학의 관점에서 본 초등학교 음악과 교육과정에 관한 논의(황수정,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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