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교육 기관의 교사로 일하기도 했던 아이즈너는 학교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교육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가장 우선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학교에 대한 분석과 학교에 적용 가능한 개혁안의 마련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학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고 직접적인 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라고 보았습니다. 교사의 교육과정 해석 능력, 교육에의 열정, 학생을 향한 애정이 교육 개혁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학교와 교육, 거시적으로는 교육을 바라볼 수 있는 날카로운 눈과 이 눈을 통한 타당성 있는 주장만 이 교육 개혁의 후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교육 개혁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의 학교가 학생 들의 다양한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도록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글이나 말뿐 아니라 시, 그림,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1. 학교 교육의 목적
학교는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기관으로서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합니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결정해 두어야 합니다. 지적, 인성적 성숙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의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성숙을 이루기까지의 교육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식, 체력, 인성 등을 어느 한 가지도 놓치지 않도록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만 합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 및 학교 교육의 목적에 대한 모종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교육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하는 일과 그 내용을 정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관점에 따라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나뉘기 쉬운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나라는 (아이즈너가 자신의 책에서 예를 든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에 관한 정책을 결정합니다. 입시제도, 학제, 과목, 교과서의 종류 등 큰 틀의 정책부터 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교육과정까지 중앙 정부나 지방자체단체의 결정에 따르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에는 학생들 에게 가르칠 내용의 줄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반영 하기 위해 때때로 개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개정될 때 교육과정에는 만든 이들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되게 됩니다. 이데올로기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정당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편성할지, 어떤 목적으로 교육할지에 있어서 이 이데올로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학교 교육에 요구되는 것들 중 하나는 ‘실용성’입니다. 영어를 몇 년간 학교에서 배웠어도 제대로 된 대화를 못 한다는 비판, 대학을 나오고 관련 전공을 했어도 직장에 입사하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쓸모가 없어서 실무는 새로 배워야 한다는 비판이 많아지면서 영어 교육에서 회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대학에서는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 교육에 관한 정책이 달라지고 학교 교육의 목적이나 방향성이 정해지는 예입니다.
학교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문화유산의 전수입니다. 인류가 남긴 많은 문화유산 가운데 오늘날도 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내용들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어릴 때 인류 전체, 혹은 학생들이 속한 국가나 지역의 문화를 배움으로써 문화의 공유가 가능하고 가치의 전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교육을 보는 것이며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의무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초급 단계의 교육기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과거의 일들 뿐 아니라 본인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사회도 이해해야 합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되고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는 이러한 변화의 모습을 가르쳐서 학생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 이곳에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평등과도 관련되는 일로서, 일종의 시민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학교가 담당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 간의 격차는 계속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현대에는 다양한 형태, 다양한 상황의 가정이 공존하고 있는 만큼 가정에서 학생들이 익히게 되는 사회적 적응 정도는 그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모든 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다른 학교 교육의 목적으로는 ‘가치 습득’을 들 수 있습니다. 학교는 규범적 기관입니다. 학교는 단순히 학생에게 지식만을 가르치는 기관이 아닙니다. 학교는 ‘특정’ 내용을 가르치는 기관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그 ‘특정’ 내용은 우리의 문화나 하위문화가 가치를 부여한 것입니다. 학교는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된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을 개별 학교 상황에 맞추어 적용합니다. 학교는 가치중립적일 수 없고 가치중립적인 교육은 애초에 있을 수 없습니다.
학교 교육의 목적은 곧 학교의 존재에 대한 당위성입니다. 교육학자, 교육 행정가, 교사는 학교가 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가 존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2. 교육적 감식안 (Educational Connoisseurship)
복잡하고 미묘한 특징을 섬세하게 식별하는 능력을 우리는 바로 감식 안이라 부릅니다. 감식안은 감상의 기술입니다. 감식안은 교육적인 실천을 포함하여, 특징, 의미 혹은 대상의 가치, 상황, 그리고 행위가 일어나고 변화하는 모든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어떤 영역에서 감식가가 된다는 것은 종종 행동, 일, 대상을 구성하는 중요하고 섬세한 질을 알고 경험하는 것이고, 전형적으로 이러한 질들을 상황조건과 선행조건에 관련시킬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어떤 영역에서 감식가가 된다는 것은 종종 행동, 일, 대상을 구성하는 중요하고 섬세한 질을 알고 경험하는 것이고, 전형적으로 이러한 질들을 상황조건과 선행조건에 관련시킬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감식을 하기 위해서는 선행 지식과 선행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포도주를 감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포도주를 맛보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지금 어떤 것의 질을 감지하고 식별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감지했던 내용이 이미 존재해야 합니다. 우리가 교실에서의 어떤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할 때 우리는 우리가 과거에 했던 경험과 비슷한 상황에서 겪은 느낌을 토대로 합니다. 교실과 관련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그 상황을 평가하거나 새로이 기억하는데 관여합니다.
대단하게 감식을 해내는 것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씩은 감식안을 발휘합니다. 경험에 대한 단순한 기억 이상의 감식안은 학습에 의해 개발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읽기 자료를 통해 수업을 할 때, 예를 들어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른 읽기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예술 비평가들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쉽게 느끼지 못하는 것을 집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술 비평가들의 비평을 접함으로써 문학 작품, 영화, 음악, 회화 등에서 작가가 표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학습은 단순히 보거나 듣는 것을 넘어서 인식적인 과정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우리는 교육의 형태, 교실 생활의 종류, 그리고 학생의 능력의 유형에 대한 여러 이미지를 우리 머릿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선행된 경험들과 느낌들, 학습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이미지들을 가지고 각각의 것들에 대한 우수함의 정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교수 행위는 몹시 복잡하여 그 안에 다양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고 한 영역에서 우수하다고 하는 것이 다른 영역에서의 우수함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각 영역의 우수함을 판단하는 것은 각 영역만의 독특한 질을 느끼면서 기준을 형성해 놓은 각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감식안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사례를 볼 때 기준들을 적절히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육에서 감식안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육활동 중 하나인 가르치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은 없습니다. 우수성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그 형식이나 가치에 있어서도 모두 다릅니다. 교육적 가치에 대한 여러 다른 개념들은 무엇이 가치 있는 가르침인가에 대한 매우 다른 개념을 갖게 합니다. 더구나 교육받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가르침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또 교육적 상황은 매번의 상황이 다를 뿐 아니라 가르치고 있는 교사와 앉아 있는 학생들마다 다르고, 특정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행해지는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즉석에서 드러나지 않습니다. 단발적인 상황을 보아서는 알 수 없으므로 일정한 시기 동안에 발생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렇게 교육에서의 감식 가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교수 행위에서 교육적 감식안을 발휘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것은 교실의 외관상 모습, 학생들 간의 내부적 권력 관계, 학습 내용과 교수 및 학습의 방법, 교사의 경력 및 사전 경험 등 모든 것입니다. 또한 선입견을 가지고 보지 않아야 합니다.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은 눈을 스쳐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감식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머리로 인식해야 합니다. 학교가 늘 네모난 직사각형 건물인 것, 칠판은 교실의 앞에 있고 책상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줄지어 앞을 쳐다보도록 배치되어 있는 것, 교과서 삽화 속에서 아버지는 신문을 보고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른 모습 등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겼 던 것들이지만 교육적 감식안을 가진 학자들과 교육 실천가들에 의해 변 화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감식가 들은 이런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적 감식안을 가지고 학교 교육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여러 차원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즈너는 의도적 차원, 구조적 차원, 교육과정 차원, 교육적 차원, 평가적 차원을 교육적 감식안의 관점에서 다루었습니다.
1) 의도적 차원
의도적 차원은 학교나 수업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 목적이나 목표와 관련됩니다. 의도란 공식적으로 명시된 목표나 목적을 의미할 뿐 아니라, 교실에서 실제적으로 실행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교육 목적은 일반적일 수도 있고 구체적일 수도 있으며 여러 가지 결과에 중점을 둘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인지 유형을 다루거나 단순한 기억에 의존할 수도 있고 학생의 태도적 측면을 중시할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과 실제로 달성하게 된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은 몹시 중요한 문제인데, 교실에서 의도된 목적과 실제적 결과와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한 교사나 한 학군이 특정 학습 결과를 설정하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매우 다른 결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 교실에서 일어나는 것은 교육과정 지침서에 정해 놓은 것보다 혹은 교사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또한 더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자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는 것과 그들의 수업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의도한 것과 실제의 차이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과 의도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일어난 결과의 원인을 교육적 감식안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2) 구조적 차원
학교 교육의 차원들 중 구조적 차원은 학교의 여러 조직적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 조직, 학생 조직, 한 차시의 수업 시간과 하루의 일정표 등을 말합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대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지만 감식가들은 이러한 것들이 어떤 의미로 만들어지고 정해진 것인지,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어떤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 것인 지, 학교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을 주는지, 사회가 교육에 요구하는 바에 일치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나아가 교육이 더 발전하기 위한 교육적 구조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교육과정 차원
교육적 감식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의 하나는 교육과정의 내용과 목적, 학생들이 참여해야 하는 활동들의 질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교육과정과 관련됩니다. 내용이 최신의 것인지, 학문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내용인지, 그 내용에 대한 교사의 해석은 어떠하며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입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결정은 내용을 넘어서 중요한 많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학생들에게 꼭 가르쳐 야 할 것,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것이라고 결정된 내용은 학생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교과에 부여된 시간의 양입니다. 중요하다고 결정된 내용은 시간이 많이 할당되어 있고 중요하지 않다고 결정된 내용은 시간이 적게 배정되어 있습니다. 어떤 과목이 일주일에 몇 차시로 구성되어 있느냐 뿐 아니라 같은 과목에서도 중요한 내용은 더 수업을 많이 하도록 교과서나 교재가 구성됩니다. 이러한 분배에서 학교에서의 지식의 사회학이 드러납니다. 교육과정은 사고의 양식을 발달시키는 수단이면서 지식의 가치의 위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구조입니다. 중요한 것, 간과해도 되는 것을 나눈 방식은 학생들이 학교 외의 공간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교육 감식가의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임무는 무심코 넘겨보았던 일들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4) 교육환경적 차원
같은 교육과정이라도 교사나 교실 상황 등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됩니다. 또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우는 것은 교육과정 내용만은 아닙니다. 교사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던 교육과정 내용 외의 것들도 학습하게 됩니다. 듀이(1938)는 “어린이들이 그 시간에 가르치는 내용만 학습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바로 가장 커다란 교육적 오류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교사는 특정 내용을 예를 들거나 반복하는 방법으로 강조할 수 있습니다. 또 칭찬, 애정, 꾸짖음 등을 활용하고 열정의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적 감식안을 지님으로서 표준화된 관찰 밖의 질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평가적 차원
아이즈너가 교육에서 감식을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한 마지막 차원은 평가적 차원입니다. 시험은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얼마나 알고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거의 모든 나라의 모든 학교들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학생들의 학업 수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평가 과정을 거치는 것은 가장 손쉽고 객관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육적 감식가 들은 평가의 결과뿐 아니라 평가 자체에 어떠한 의미가 들어 있는지, 평가를 하게 됨으로써 얻는 결과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가가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이었는지, 평가의 결과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측정을 넘어서 교육과 수업의 수정과 발전에 반영이 되고 있는지도 관심 있게 보아야 합니다. 또 평가를 일회성 시험만으로 여기지 않고 수업에서 학생에게 교사가 수시로 하는 질문들과 학생의 대답, 그리고 대답에 대한 교사의 반응이나 피드백도 평가의 일환으로서 여겨야 합니다.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평가의 중요도와 역할을 생각해 보면 평가적 차원에서의 교육적 감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교육 비평(Educational Criticism)
비평(Criticism)은 사전적으로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의 평가는 주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가치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론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비평의 목적이 비평의 대상에 관해 ‘논하는’ 것이라면 그 근거가 명확해야만 설득력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한 비평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이지만 그것이 사회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사적 차원을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영역에서 감식가가 된다는 것은 종종 행동, 일, 대상을 구성하는 중요하고 섬세한 질을 알고 경험하는 것이고, 감식안은 전형적으로 이러 한 질들을 상황 조건과 선행 조건에 관련시킬 수 있는 능력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교육적 감식안을 통해 다양한 교육적 상황에서 단순하지 않은 여러 면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감식안은 전문적이지만 사적인 눈이 었기 때문에 비평으로 전환함으로써 교육 개혁, 혹은 학교 개혁에 영향 을 미치도록 해야 합니다. 비평가는 교실이나 학교, 수업 행위의 질을 설명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공적 형태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육적 행위는 모두 언어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비평을 하기 위해 재구성은 필수적입니다.
교육 비평은 기술, 해석, 평가, 주제의 네 가지 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기술적 차원
교육 비평이 기술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 비단 교육 뿐 아니라 음악, 미술, 영화 등의 비평을 보아도 대부분의 비평이 언어적으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대상이나 과정의 내용과 특징을 있는 그대로 열거하거나 기록하여 서술하는 것, 또는 그런 기록을 말합니다. 결국 글로 제시하되, 그 상황을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 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종의 간접 경험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을 장황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나타난 특징, 즉 질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각력을 가지고 어떤 상황을 구성해 내고 분별하는 능력은 비평가의 작업 중 기본 내용입니다. 그다음에 비평가들은 서술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어떤 구조를 문어(文語) 형태로 작성해야 합니다. 기술적 차원의 교육 비평에서 완벽하게 상황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교육적 상황에서 본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족하고 구조 의존적(framework dependent)이라 할지라도 어떤 관찰에 초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 비평가들이 비평을 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은 그것을 읽는 사람들이 ‘보는 것을 학습(learn to see)’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도 합니다.
2) 해석적 차원
교육 비평의 두 번째 차원인 해석은 ‘설명’하는 것입니다. 기술이 보고 경험한 것을 서술하는 것이라면 해석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밝히는 것입니다. 행위의 기술과 해석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객관적인 기술도 필요하지만, 상황이 당사자들에게 주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 없이 기술만으로는 적절한 의미를 드러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육 비평가는 사건을 해석하는 가운데, 기술한 바와 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해석하고 있는 상황과 자기 자신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해석하는 일은 맥락 지어 설명하는 일이고 그 의미를 밝혀내는 일입니다. 기술이 그 현상이 무엇이냐에 관여하는 것이라면, 해석은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관여하는 것입니다. 학교나 교실 상황의 해석은 복잡한 일인데, 그것이 단 한 가지의 벌어진 일에 대해서만 해석을 하는 것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뜻하는 바를 알아내고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찰된 내용에서 행위의 동기를 추론해내는 것들이 모두 해석의 일환입니다. 이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일정 기간 동안 겪게 된 쌓인 경험들로 가능합니다. 즉 현재 상황에 대한 해석은 미래 상황의 해석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평가적 차원
교육 비평이라고 불리는 질적인 연구 형식의 경우, 본 것의 평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교육 비평가들은 단순하게 기술하는 관찰자와 달리,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가치 판단 없는 평가는 없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리 학생들에 대해 잘 알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최종 상태(end state)가 어떨지는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교육 비평에서의 평가의 목적이 학생과 학생, 집단과 집단, 학생과 집단 간의 비교가 아니라면 개인 지향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 지향 평가 역시 비교는 일어 나지만, 이 비교는 고정된 준거나 다른 것들이 아닌, 학생의 과거와 현재의 수행에 대한 비교입니다.
교육 비평을 하는 이유는 비평을 함으로써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교육 비평에 등장하는 학교나 교실, 교사, 학생 들은 개개의 특수한 하나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다른 학교, 다른 교실, 다른 교사, 다른 학생들과도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수한 어떤 하나는 그것을 포함하고 있는 부류의 하나의 표본입니다. 하나의 표현에서 알게 된 점은 그것이 속한 부류에 관련성을 가지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자연스러운 일반화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특수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습니다. 즉 특정한 상황 속에 내재되어 있는 주제는 그 상황을 넘어서 확장될 수 있습니다.
4) 주제적 차원
교육 비평에서 주제의 설정은 비평가가 서술한 상황 속에서 떠오르는 어떤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제는 상황, 사람, 공간과 이들 사이의 질적인 측면 중에서 그러한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두드러진 특징을 일컫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주제란 확산 가능한 특징입니다. 확산 가능한 특징은 상황과 대상들 속으로 파급될 수 있고 이들을 통합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실과 학교는 특히 다양한 주제를 생산할 수 있고, 이 주제들은 또 다른 유사한 상황을 인식하는데 단서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술, 해석, 평가, 주제로 구조화 된 교육 비평은 같은 상황에서도 비평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비평가들은 각자의 관점과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평가하고 있으므로 같은 상황을 보았다 하더라도 비평가마다 그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교육 비평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교육 비평을 정당화하는 것은 비평의 내용의 합일 정도가 아니라 비평을 하면서 제시하는 근거, 설득력, 뚜렷한 관점, 분명한 인과관계 등입니다.
※ 참고문헌: 아이즈너(E. Eisner) 교육 철학의 관점에서 본 초등학교 음악과 교육과정에 관한 논의(황수정,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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