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일탈 이론의 사회학적 원인론 중 미시적 이론의 첫 번째 이론인 차별적 교제 이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두 번째, 낙인이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낙인이론의 등장 배경
지금까지의 일탈 이론들이 일탈과 범죄의 원인을 찾는데 주력했다면 낙인이론은 한 개인이 일탈자로 ‘규정되는 이유’와 그 과정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즉 특정 행위를 한 모든 사람이 일탈자로 낙인찍히지 않고 그 중 일부만 낙인찍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 낙인이론의 핵심입니다. 범죄행위가 범법자의 특성이 아니라 타인의 반응에 따라 설명되는 것이라면 타인의 반응으로서 행위의 일탈을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닌 타인이기 때문입니다. 즉 낙인이론은 ‘무엇이 일탈 행동을 야기하는가?라는 의문 대신 ‘누가 누구에게 낙인을 찍으며, 그 낙인의 결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론을 풀어나갑니다.
2. 탄넨바움(Frank Tannenbaum)의 낙인이론
낙인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한 탄넨바움(Frank Tannenbaum)은 자신의 저서『Crime and the Community』에서 청소년이 다른 사람의 정의를 통해 비행 청소년이 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맨 처음에 청소년은 호기심, 또는 실수로 비행을 저지릅니다. 무단결석, 창문 깨기, 간단한 도둑질 등 약간의 모험과 흥미를 동반한 일탈적 행동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주변의 시선을 끌게 되고, 그의 정체성과 주변 모든 것이 관심을 받게 됩니다. 일탈 행동이 거듭되면서 그는 이내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이 아니라 비행자로 인식되고 맙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비행 청소년과 지역사회 간의 일탈에 대한 생각이 다름에서 출발합니다. 처음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일탈 상황이 단순한 놀이, 재미 등의 행위로 생각했던 것이 지역사회의 입장에서는 이 행동들이 통제나 처벌 등을 요구하는 불법 행위로 간주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청소년의 특정 행동뿐만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나쁜 사람으로 규정됩니다. 그에게는 비행 청소년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고 여기서 그의 다음 행동이 결정됩니다. 그 청소년 은 자신을 일탈자로 규정한 주위 사람들의 정의를 수용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비행 청소년이 되고 맙니다. 한번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지속하고자 계속해서 비행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 청소년이 나쁜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찍혀 자신들의 집단으로부터 소외당하게 된다면, 그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자신과 같은 비행 청소년들뿐입니다. 실제로 심각한 문제는 낙인찍힌 청소년이 다른 비행 집단과의 어울리면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낙인찍힌 청소년은 다른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완전한 일탈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렇게 한 청소년이 일탈자로 낙인찍히고 점점 더 나쁜 길로 빠지게 되는 과정을 통틀어 탄넨바움은 악의 극화(dramatization of evil)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즉 비행 청소년들의 일탈 행동은 사회의 권한 있는 자들에 의해 특정행동이 ‘나쁜 것’으 로 낙인찍힘으로써 비행 청소년들의 마음에 자기 이행적 예언 혹은 자기 포기 의식이 형성되는 데 있는 것이지, 그 청소년들의 어떤 내부적 성향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탄넨바움은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탄넨바움에 따르면 지역사회와 주변 집단이 청소년들의 초기 잘못에 대해 과잉 반응하지 않고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면 청소년의 비행활동이 적어질 수 있고, 일시적 일탈은 정상적 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문제 접근 방식, 즉 사소한 비행은 범죄화하지 말자는 주장은 특히 소년 사법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학교 폭력 문제에 있어 가벼운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학생을 공식적인 사법절차로 처벌하기보다 먼저 선도하고 교화함으로써 가해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낙인을 찍는 일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3. 르머트의 낙인이론
탄넨바움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낙인이론은 르머트의『Social Pathology』에서 볼 수 있습니다. 르머트는 일탈의 발생 경위에 따라 개인적·환경적·사회적 일탈로 일탈 행동을 좀 더 상세히 구분했습니다. 개인적 일탈은 내적·심적 압박으로부터 발생된 일탈이고 환경적 일탈은 환경적 곤경이나 압력의 결과이며 체계적 일탈이란 부문화 또는 행위 체계를 구성하기에는 이른 일탈 행위의 패턴들을 뜻합니다.
르머트가 내린 여러 일탈의 정의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일차적 일탈과 이차적 일탈의 구분입니다. 일차적 일탈이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 초기의 일탈 행동으로서 주변인들 뿐 아니라 일탈자 스스로도 ―비록 한번 일탈 행동을 하긴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본인을 정상인이라고 여기는 상황입니다.
반면 이차적 일탈은 좀 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일어납니다. 처음엔 가끔 어쩌다 일탈을 저지르던 사람이 처벌을 받게 되면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더욱 일탈하게 되고 완전히 사회적으로 일탈자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스스로가 그렇게 규정된 것에 대해 반발함과 동시에 일탈자로서의 지위와 그에 따른 역할을 받아들이며 다시 일탈을 저지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이차적 일탈입니다. 르머트가 제시한 이차적 일탈에 이르는 8단계의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일차적 일탈
② 사회적 처벌
③ 심화된 일차적 일탈
④ 더 강력 한 처벌 및 거부
⑤ 처벌자에 대한 적의와 분노로 더욱 심화된 일탈
⑥ 관용 한계 지수까지의 도달이 일탈자의 ‘사회적 낙인화’라는 공식적 행위로 표 현됨
⑦ 낙인과 처벌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탈적 태도가 강화됨
⑧ 결국 일탈자라는 사회적 지위를 수용하고 그 역할에 맞추어 스스로를 조정하려고 노력함
여기서 일탈자가 결국 스스로를 일탈자라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행동하게 되어버리는 부분은 머튼의 자기 이행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자기 이행적 예언이란, 상황에 대한 그릇된 정의가 새로운 행태를 유발하여 결국 원래의 그릇된 관념이 현실 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낙인이론에 대입한다면 ‘어쩌다 범죄를 저지른 자를 상대 못할 사람들로 보고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범법자의 태도 변화를 유발하여 결국 상대 못할 직업적 범죄자로 만들고 마는 것’을 의미합니다.
4. 베커의 낙인이론
이후 베커(Howard S. Becker)는『Outsider』에서 르머트의 이론에 공감하며 금지된 행동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이차적 일탈을 부추길 뿐 아니라, “사회집단이 일탈 규율을 만들어 그 규율을 특정 사람들에게 적용하고, 규율을 어긴 자들을 ‘아웃사이더’로 낙인찍음으로써 일탈을 만들어낸다”(Becker, 1963: 9)고 주장하며 낙인이론을 확대시켰습니다. 그는 “일탈은 사람이 범하는 행위의 질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에 의해 적용된 규율과 범법자에 대한 제재의 결과이며, 일탈자는 그 낙인이 제대로 적용된 사람으로서 일탈행동은 사람들이 일탈이라고 낙인찍은 행위이다”(Becker, 1963: 9)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기존 범죄 이론들이 일탈자 개인의 특성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과 비교하자면 낙인이론은 사회적으로 어떤 행위를 일탈로 규정하는지, 일탈을 저지른 자에 대한 주변의 반응 및 그에 따른 역할 공고화 등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낙인이론은 일탈의 규정이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갈등론의 관점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반응과 무관한 범죄현상이 존재한다는 점, 낙인 과정 배후에 존재하는 사회구조나 권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낙인이 범죄를 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반복이 낙인을 지속시킨다는 점 등이 낙인이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 참고문헌: 고등학교「사회·문화」교과서의 ‘일탈 이론’ 내용 분석 : 2009 개정「사회·문화」 교과서 중심으로(김은정,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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