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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론

조선시대 교육 알아보기: 서원의 교육과정

by 신박에듀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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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서원의 기능과 성격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서원의 교육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덕(德)․지(知) 조화(調和)의 인간교육

 

  명종(明宗) 15년에 퇴계가 지은 영봉서원기(迎鳳書院記)에는 서원이 근본적으로 강명도학기구(講明道學機構)이며, 또 그것은 위기지학(爲己之學)하는 주자의 장수처(藏修處)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특히 퇴계가 "반드시 知德을 겸비한 산장(山長)(洞主, 스승)이 있어서 유생을 창솔(倡率)해야만 도술(道術)이 나누어지지 않고, 학자가 추향(趨向)을 알게 되며, 만약 산장이 없다면 서원을 두었다 해도 소득이 없다"한 사실은 이후의 강장이나 훈장이 유생들을 교육할 때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암시해 줍니다.

  조선의 서원 교육내용은 유학 중에서도 성리학의 교학(敎學)에 주로 전념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제는 우주론(宇宙論), 심리학(心理學), 윤리학(倫 理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이 이기(理氣)를 논한 것은 모두가 우주 생성의 요소와 원리를 말한 것이요, 심성정(心性情)이나 도심 인심(道心人心), 인물성동이(人物性同異)를 논의한 것도 또한 인간의 심리 현상을 연구하여 토론한 것입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서원은 주자의 백운동 서원을 그 모델로 하고 있어서, 대부분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의 원규(院規)를 기본으로 하여 서원의 교육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백운동 서원의 원규 가운데 오교지목(五敎之目)은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유유신(朋友有信)의 오륜이었습니다. 오륜이 교육목표가 되었던 까닭은 오륜의 실천이야말로 당시의 도덕적 인간상의 구현에는 가장 적합한 것이자, 동시에 성현을 본받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서원은 도의진흥(道義振興) 의 장이요, 인간교육(人間敎育)의 장이 되어야 했습니다.

  또한 윤리학에 관한 것이 서원의 중요한 교육내용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은 서원에서 가르친 교과의 분석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원교육의 교과는 사서오경(四書五經) 등 성리학에 관계된 책을 위주로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소학(小學)』과 사서 오경(四書五經)은 각 서원의 공통필수 과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교이념의 경서들 이외의 것은 모두 이단시하여 잡서와 함께 읽지 못하게 할 정도로 철저한 유교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서원의 강장(講長)은 원생들에게 『소학(小學)』에서 시작하여,『대학 (大學)』,『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시경(詩經)』, 『서경(書經)』,『주역(周易)』,『예기(禮記)』,『춘추(春秋)』 등의 순서로 가르쳤습니다. 이렇게 하여 윤리학적 체계를 갖추게 한 다음 강장(講長)이나 서원에 따라 『가례(家禮)』,『심경(心經)』,『근사록(近思錄)』,『사기 (史記)』,『사장(詞章)』 및 기타 정주지서(程朱之書) 등의 성리설(性理說)을 읽어 뜻을 넓히게 하였습니다.

  교육과정의 순서는 대체로 퇴계와 율곡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었습니다. 퇴계는『소학(小學)』,『근사록(近思錄)』,『효경(孝經)』,『대학(大學)』,『주자 대전(朱子大全)』,『심경(心經)』을 교과목으로 삼았고, 율곡『소학(小 學)』,『대학(大學)』,『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시경 (詩經)』,『예경(禮經)』,『서경(書經)』,『주역(周易)』,『춘추(春秋)』,『사기(史記)』 및 선현의 성리서(性理書)를 교육과정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서원교육이 도학 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서원의 또 다른 교육목적인 ‘양리(養吏)’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양리조차도 단순히 서원에서 교육을 받고 이것을 토대로 과거를 통하여 관리가 되더라도 관리 자체보다는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유위(有爲)의 선비를 양성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원의 교육이 이상주의적 도학을 그 근본으로 하고 있어서, 현실주의적이며 관료주의적 성격은 부차적으로 여겨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 목표에 따라 강장(講長)이나 훈장(訓長)은 강독, 제술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원생들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하게 하여 그들 스스로 본심의 덕을 밝혀서 법성현(法聖賢)에 도달하도록 교육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영주 소수서원 경렴정 >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2. 수기치인(修己治人)교육

 

  서원에 있어서 치인(治人) 교육의 원칙은 주자의 교육방법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즉, 입지(立志), 정진 노력(精進勞力), 공부 함양(工夫涵養), 궁리(窮理), 격물치지(格物致知), 역행 독서(力行讀書)가 그것입니다. 이것은 퇴계의 구학 방법(求學方法), 즉 입지(立志), 궁리(窮理), 경(敬), 숙독(熟讀), 심득(心得), 궁행(躬行), 광개견(廣開見), 잠심 자득(潛心自得)이나 이만규(李萬珪)가 성리학의 교육방법으로 들고 있는 수양 강령(修養綱領), 즉 궁리(窮理), 치지(致知), 정심(正心), 성의(誠意), 중화(中和), 성명(誠明), 신독(愼獨), 경정(敬靜)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습니다.

  입지(立志)를 학문의 기초로 하고 그 외에 궁리(窮理), 심득(心得), 잠심 자득(潛心自得), 성명(誠明), 신독(愼獨), 경정(敬靜) 등을 강조한 것은 서원의 치인 교육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이 된다하더라도 수기(修己)가 이루어진 자만이 치인(治人)을 할 수 있다는 성리학 사상에 깊이 뿌리하고 있기 때문에서 입니다. 즉 역설적이지만 치인교육 역시 반드시 도학을 중심으로 엄격한 공부와 생활훈련을 통하여 궁리하고 수기하며 기타 성리학의 중심 된 덕성들을 바르게 실천하도록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강장(講長)과 훈장(訓長)은 일단 강(講)을 통해서 원생들로 하여금 지식을 증대하고, 치인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게 교육하였습니다. 강(講)에는 매일 실시하는 석강(席講, 日講)과 보름마다 실시하는 강(講), 매월 실시하는 월강(月講) 등이 있었습니다. 강장(講長)이 매일 강(講)을 하였는데, 어려운 부분은 토론하고, 의심나는 부분은 분별(논란 변의, 論難辨疑)하여 학습이 철저히 된 것을 본 뒤에야 새로운 내용을 교수하였습니다. 또한 개인 중심의 문답  방식을 취하였고, 진도의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며, 반복과 복습을 통하여 숙지하게 함으로써 원생들이 충분히 이해하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특히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編意自現)(책을 백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신념 하에 스스로 노력하여 문리(文理)가 트이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학습이나 생활지도에 있어서는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었습니다. 규율은 물론 유교식 방법에 맞도록 학습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율곡의 『학교 모범(學校模範)』에는 이러한 규율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즉, 검신(檢身), 입지(立志), 독서(讀書), 신언(愼言), 존심(存心), 사친(事親), 사사(事師), 택우(擇友), 거가(居家), 접인(接人), 응학(應學), 수의(守義), 상충(尙忠), 독경(篤敬), 거학(居學), 독법(讀法)과 같은 16개 조목에 달하는 규범이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규범들의 특성은 원생들의 일상적인 행동거지에서부터 학문의 자세에 이르기까지의 세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규율들이 원생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여부는 집강(執綱)에 의해서 점검되고 있었습니다. 집강(執綱)은 50세 이상 강직한 자로서 원생들의 훈육을 담당하여 그들을 올바로 선도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원생들은 서원(書院)에 거주하면서 언제나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강(講) 을 통해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일단 학습할 교과에 대하여 날마다 박학(博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辯), 독행(篤行)하는 형식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강(講)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그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평가 방법은 대통(大通), 통(通), 약통(略通), 조통(粗通), 불통(不通)의 5단계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은 교관이 생도의 학습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독서한 교과의 뜻과 응용에 밝고 요지를 잘 알며 구절을 자세히 알고 설명과 발표에 막힘이 없는가를 평가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평가 방법을 통하여 강장(講長)은 원생들에게 지식으로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실천되고 있는 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야독(夜讀)이나 계절의 조화를 이루는 교육방침도 원생들에게 지식과 덕성을 동시에 갖추게 하였습니다. 무성서원(武城書院)의 원규에는 야독(夜讀)에 대한 규정을 다음과 같이 권장하고 있습니다.

 

날이 저문 후에 촛불을 밝히고 밤이 이슥하도록 독서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들라...

 

  계절과의 조화를 이루는 교육으로는 석강 서원(石岡書院)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봄에는 사서오경(四書五經), 여름․가을에는 사학(史學)․자집(子集)을 독서하게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야독은 잠들기 전에 경서를 읽음으로써 마음도 정리하고 지식도 함양하는 데 유익한 공부 방식이었고, 계절에 어울리는 책들을 읽어가는 것도 원생들이 스스로 인성과 지식을 함양하는데 유익한 방법이었습니다.

  이상과 같이 서원(書院)에서는 유교 윤리를 중심으로 하는 교과 내용을 토대로 하고, 엄격한 규율, 야독, 계절에 맞는 환경 친화적인 교육방법을 통해 원생들로 하여금 지식과 덕성, 인성을 함께 함양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장(講長)이나 훈장(訓長)은 그 자신이 학문을 연마해 온 선배이자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학생들의 학문 연마를 이끌고 지도하였으며, 수신(修身)에 힘쓸 수 있도록 독려하고 꾸중함으로써 생도 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쳤던 것입니다.

 

 

※ 참고문헌: 조선시대 교육기관의 실제와 현대적 시사점 연구(한민석,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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