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을 논함에 있어 이황과 이이의 이론을 빼놓을 수가 없겠지요. 항상 이 둘은 헷갈리고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황의 이기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황 이기론의 철학적 배경
이황은 주자학의 철학 체계를 재현하고 그 위에 조선의 현실을 반영해 나름의 학문적 체계를 세우고 심학(深壑)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황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 주자의 ‘리(理)’는 주자 철학의 핵심이며 출발점이자 종결 점입니다. 또한 ‘리’는 하늘(天)의 도와 인간(人)의 도를 일관하는 개념으로서 천지자연에 있어서는 만물을 낳는 근본으로 인성에 있어서는 모든 선의 근원으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천지자연의 변화와 화생 만물의 궁극적 원리로써 그것은 그렇게 되는 까닭인 소이연지리(所以然之理)가 되며, 인간에게 있어서는 도덕 행위가 가능한 선천적(先天的) 근거인 동시에 인간이 마땅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실천적 소당연지칙(所當然之則)으로 제시됩니다. 여기에서 ‘리’는 도리와 의리를 겸한 성격을 갖게 됩니다. ‘리’는 소이연지리로서 사물이 있기 전에도 있은 후에도 존재하는 이치로서 이러한 사물이 존재하는 근거 내지 이치인 동시에 이와 같은 사물이 존재해야만 하는 당연지리(當然之理)로 절대리(絶對理)입니다.
2. 이황의 이기론
주자의 사상을 계승한 이황의 철학에서 발견되는 도덕, 심성, 근본, 이상주의 등의 개념들 역시 철학적 모티브(motive)가 한 차원 높은, ‘리(理)’의 세계를 중심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이황은 ‘리’와 ‘기’의 두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리’를 절대시 하여 ‘리’와 기는 섞일 수 없으며(이기불상잡,理氣不相雜), ‘리’와 ‘기’는 따로 존재하는 이기이물(理氣二物) 이로써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 ‘리’를 강조하였습니다.
‘리’ 중심 사상의 형성은 이황이 시대의 문제의식에 투철한 사람임을 반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5세기를 주도한 세력인 훈구파는 성리학을 근세 질서의 수립을 위한 현실 개혁의 원리로 삼아 근세적 문물제도를 정비하였으며, 아울러 수준 높은 근세 문화를 창조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조 집권 이후 공신으로서 왕실과 외척 관계를 맺은 이들은 정치적 실권을 세습적으로 장악하며 부패하기 시작했습니다. 근세 청산과 쇄신의 역사적 흐름이 요청된 시점에서 지방에서 성장하여 성종 때 정계에 진출한 사림 세력이 이를 비판하자 훈구세력의 탄압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화(士禍)입니다. 이황은 훈척 투쟁기인 사화(士禍)를 배경으로 기묘사화로 인해 조광조가 죽게 되었을 무렵 그의 나이 19세였고, 조광조의 실패가 이황의 문제의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를 통해 시대의 위기는 사상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도덕성이 상실된 혼란의 시대에 원리, 원칙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자 ‘리’를 중시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황은 주자학의 이념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면서도 16세기 조선의 특별 한 시대적 요구에 직면하여 ‘실천을 위한 무기’로서 이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할 줄 알았던 사람이었습니다. 15세기 중반 ‘계유정난(癸酉靖難)’이래 수 십 년 간 세력을 확대해 온 훈구파를 대항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으로 주자학의 무기력한 ‘리’에 생명력을 부여하여 주자학의 실천성을 강화한 ‘이기론(理氣 論)’을 주장하였습니다.
3. 이황의 이동설(理動設)
‘리’의 절대 우위와 능동성(이동(理動)-이발(理發)-이도(理到))을 보다 분명히 하였고, 이기론은 현실적으로 훈척 세력에 대항하여 리의 세계를 지향하는 사림 세력의 각성과 분투를 촉구하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이황 이기론(理氣論)의 형성 배경과 더불어 이황의 이기론을 보다 자세히 논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리’와 ‘기’를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形而下)로 나누었습니다. ‘리’와 ‘기’를 불상잡(不相雜)의 관계로 보면서도 주자와는 좀 다른 이기론을 제시하였습니다. 이황은 고봉과의 사단칠정논변(四端七情論辯)에서 형이상자인 ‘리’가 이 동(理動), 이발(理發)을 인정하여 ‘리(理)’가 능동성을 가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성리학에서 ‘리’는 형이상자로서 무위(無爲)한 것이므로 이황의 주장 은 분명히 모순이 됩니다. 이에 대해 이황은 주자(朱子)가
‘리(理)에는 정의(情意)와 조작(造作)이 없다’라고 말하였는데, 이미 정의와 조작이 없다면 아마도 음양(陰陽)을 낳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낳을 수 있다’라고 한다면 당초에 본래 기(氣)가 없는데 태극(太 極)이 음양을 생출한 뒤, 비로소 기(氣)가 있는 것입니까?라고 하자 이황은 대개 정의가 없다고 한 것은 본연의 본체이며, 발(發)하고 생(生)할 수 있는 것은 지묘(至妙)한 작용이다(이황, 민족문화추진위원회 편, 1977a).
라고 하면서 체용론(體用論)으로 그 모순을 해결하려고 하였습니다. 주자가 ‘리’의 무위성을 말한 것은 ‘리’의 본체(本體)이며, 이황이 ‘리’는 발(發)하고 운동성이 있다고 한 것은 ‘리’의 효용(效用)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리’가 감정과 의지 또는 작위가 없다는 것은 기능적 작용이 없다는 주자 학설의 일반적 통념과 달리 ‘리’가 능동적인 작위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는 이황이 주장한 이동설(理動設)이며 이황의 이기론의 특징입니다. ‘리’에 감정과 의지 또는 작위가 없다고 하면 ‘체’의 측면이고, ‘리’가 동정하고 작위하는 성질을 갖는다는 것이 ‘리’의 ‘용’적인 측면이라 했습니다.
<이동설(理動設)>
보충하자면 체용의 ‘체’란 근본적인 것, 일차적인 것이고 ‘용’이란 파생적인 것, 이차적인 것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 의존적 관계이고, 또 서로 발하는 관계입니다. 이황은 이러한 관계를 근원이 하나라는 의미에서 체용일원(體用一源)이란 말을 썼고 그것을 가지고 세계와 인간의 문제를 해명하는 논리적 도구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이황의 이동설(理動設)은 ‘리’의 형이상학적 실체로서의 초월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리’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의 구체화는 나아가 ‘리’가 완전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4. 리와 기의 특성
‘리’는 원래 진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리, 원칙, 이치 등으로 일체의 법칙을 의미합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흔히 당연한 것이라 일컫는 소당연(所當然), 그렇게 되는 까닭인 소이연(所以然)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가 서로 대비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비되는 경우의 전자가 대체로 사회와 도덕 현상을 설명하는 사회 규범이며 도덕규범을 가리키고, 후자가 자연법칙의 측면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별이 엄격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대비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소당연의 뜻이 강조될 때에는 ‘리’가 선의 원리 및 선 자체의 뜻으로 흔히 사용됩니다. ‘리’가 가치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한 것은 이러한 점에서 한 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리’는 표준의 뜻을 전제함으로써 사물의 형식 또는 본질의 뜻도 가집니다. 이 같은 ‘리’의 총화(總和), 즉 만물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궁극적 원리인 ‘리’의 전체가 곧 태극(太極)이라는 것입니다.
‘리’의 특성은 물론 초경험적이며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리’는 형이상자(形而上者)라 지칭되며 흔히 ‘도(道)’로 대용되기도 합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리’는 세계 만물, 자연과 사람의 근원이며 사회도 덕과 윤리의 가장 높은 규범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 한 형이상(形而上)의 개념으로써 하늘이 곧 ‘리’이고 ‘리’가 곧 태극입니다. 태극인 ‘리’와 음(陰)과 양(陽)의 두 기운을 의미하는 ‘기’는 주자가 ‘태극은 ‘리’이며 음양은 ‘기’로 태극과 음양은 불합불리(不合不離)한다고 언급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란 사물의 질(質)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사물은 ‘질(五行)’로 혹은 엄밀하게 ‘기’로 이루어지게 된다고 할 수 있게 됩니다. ‘기’가 ‘질’을 이룬다는 의미는 ‘기’는 곧 기질이라는 단어로 이루어져 사물의 실재적 존재의 측면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는 형질(形質)로 서의 ‘질’로 이루어진 사물 속에 유행하는 기운을 말합니다. 즉 ‘기’는 음양에 해당하고 ‘질’은 오행에 해당합니다. 그러면서도 ‘양’이 변하고 ‘음’이 합하여 수(水), 화(火), 목(木), 금(金), 토(土)를 생(生)한다고 하여 오행이 본래 음양으로 이루어진 것이 되어 기질을 하나로 ‘기’라고 통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앞서 ‘리’를 형이상으로 정의하였으므로 ‘기’의 특성은 그와 대비되는 것인 형이하(形而下)로 표현됩니다. 형이하란 직접 감각 경험될 수 있는 사물의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성질로써 시간과 공간의 제약 하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리, 기와 형이상 하의 관계
이황은 ‘리’, ‘기’와 형이상하와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얼굴이나 생김새에 ‘기’가 있고 우주 안에 있는 것이면 모두 그것은 하나의 그릇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갖추어지는 ‘리’가 곧 진리이며 진리는 모양이나 그림자가 없지만 가리킬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형이상이라고 하고 그릇(氣)은 진리와 떨어져 있지 않아 그 생김새나 차림새를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을 형이하라 합니다.
따라서 사람이란 ‘리’를 시원(始原)으로 하여 음양, 오행의 ‘기’가 응취변합(凝聚變合)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기’는 ‘리’와 대조, 대비되는 일체의 것을 의미합니다. ‘기’는 현상 사물이 실제로 드러나게 되는 존재의 측면을 가리킵니다. 그런 점에서 사물의 질료, 재료가 ‘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의 구체적인 실례가 바로 음양이라는 것이며, ‘기’는 때때로 기운(氣運)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가 하면 오행(五行)또는 ‘질’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논할 때는 그 경중(輕重), 청탁(淸濁), 수박(粹駁)을 분별하는데 오행 그리고 ‘질’은 ‘기’의 중(重), 탁(濁), 박(駁) 한 것이라 합니다. 이것이 ‘기’의 특성에 관한 것이지만 그 특성은 또 지귀(至歸), 굴신(屈伸), 취산(聚散), 생멸(生滅)의 성질을 포함합니다. 한 마디로 하면 이는 무작위(無作爲) 한 것인데 반하여 ‘기’는 유위(有爲) 한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현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기’입니다. 그러므로 ‘기’는 감각이 가능한 것이고 그런 점에서 형이하(形二下)의 것이라 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기’의 특성들로 인해 악한 면이 존재하게 됩니다. 즉 ‘기’에 음이 있으므로 사람이 태어남에 있어 하늘에서 ‘기’를 받고 하늘의 ‘기’에는 맑고 탁함이 있으며 땅에서 ‘질’을 받는데 땅의 ‘질’에는 잡것이 섞이 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므로 ‘기’가 가려서 ‘리’가 드러나지 못하면 악이 됩니다. 따라서 ‘기’그 자체는 악한 것이 아니지만 소당연의 ‘리’가 나타나지 못하고 악의 현상이 생기는 것은 ‘기’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예로써 이황은 성인(聖人)과 우인(愚人)의 차이를 들고 있습니다. 사람은 ‘리’와 ‘기’로 이루어졌는데 성인과 우인의 차이는 ‘리’의 측면에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타고난 기질의 다양한 속성으로 인하여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 중에 아무리 빼어난 ‘기’를 받은 경우라 해도 완전한 경지에 도달할 수 없는데 그 이유 역시 ‘기’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은 ‘기’에 의해 가려진 ‘심’의 구체적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수양을 하게 되며, 내면의 수양과 심신의 단련에 힘쓴다면 인간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즉 이황의 ‘이기’ 개념은 추상적 관념 체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천리를 보존하고 드러내며 기질에 따른 인욕을 억제하는 교육사상의 원리가 됩니다.
또한 이러한 이기론적 관점에 따르면 인간의 질병은 ‘기’의 불균형, 부조 화로 발생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본성을 실현할 수 있는 강한 심신을 지키고자 노력한다면 자신의 건강 회복은 물론 우주의 조화에도 다가갈 수 있으므로 체육의 가치론적 측면에서의 그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이황과 이이의 체육사상(김미경,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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