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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고교학점제

고교학점제: ⑫ 해외 운영 사례(학교 시설)

by 신박에듀 2019.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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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까지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핀란드, 일본의 학사제도 및 교원 운영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고교학점제의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들 나라의 학교 시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고교학점제 시설 재구조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필라델피아 주)의 고교학점제 시설 및 교육환경

  2018년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 및 시설 관련 쟁점과 과제(허주 외, 2018)에 따르면 미국의 학교시설 및 교육환경은 우리가 소위 대학형 시설구조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수평적이고 열려있는 느낌을 줍니다. 고교학점제 학생 개개인의 진로 및 적성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다양한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죠. 미국 필라델피아 ‘School of the Future’ 고등학교는 일반교실과 함께 미술실’, ‘웹 디자인실’이 인접해 있어 학생들의 동선을 배려한 효과적인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일반교실에는 수업시간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제작해보는 프로젝트 룸2개의 교실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School of the Future 고등학교 평면도(필라델피아, 미국) ※ 출처: 허주 외(2018)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 및 시설 관련 쟁점과 과제  

 

  프로젝트룸의 경우 각 교실에서 바로 출입이 가능하도록 문이 설치되어 있고, 교실과 프로젝트룸이 서로 내부에서도 잘 보일 수 있는 구조로 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각기 다른 두 개의 교실이 프로젝트룸으로 연결되어 있어 협동수업이 원활하다는 면담조사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교학점제가 안고 있는 과제 중 하나가 공강 시간 활용인데 아래의 사진은 여기에 대한 선진사례를 보여줍니다. 이 그림은 복도 공간의 일종으로 해당 학교 복도의 곳곳에 소그룹 모임을 위한 가구가 배치되어 있고, 어느 곳에서든 학생들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도록 무선인터넷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검색용 디바이스인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을 충천할 수 있는 콘센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School of the Future 프로젝트룸 내부, 소그룹 모임 공간(출처: 허주 외(2018)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 및 시설 관련 쟁점과 과제)      

  다만 필라델피아 미래학교는 미국 내에서도 일반적인 사례가 아닌 2006년에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지역사회가 투자하여 탄생하게 된 혁신사례이기에 이를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겠지요. 따라서 학생 중심의 교실 동선 구성 및 효과적인 공간 활용 등에서 시사점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핀란드의 고교학점제 시설 및 교육환경

  이자형(2018)의 연구에 따르면 핀란드의 고교학점제 학사제도는 운영 측면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이 단일 교육과정 내에서 최소 75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다. 이는 학생 선택의 자유가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위학교에서는 아래의 표와 같이 일과표만 제시하고, 개인별 시간표는 윌마(Wilma)라는 전자시스템을 이용하여 입력하여, 수강신청 시스템에서 개인별로 시간표를 구성하게 된다.

 

헬싱키 칼리오 고등학교 20178년도 일과표

시간

8:20~9:35

7

2

8

1

5

9:45~11:00

6

3

1

3

4

11:00~12:00

점 심 시 간

12:00~13:15

5

6

5

6

자율운영

13:30~14:45

4

7

4

7

2

15:00~16:15

1

8

2

8

3

 ※ 출처: 이자형 외(2018) 고등학교 혁신의 관점에서 본 고교학점제의 가능성 탐색

 

  윌마(Wilma)는 핀란드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육 포털로,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와 같은 개념입니다. 특징은 이 시스템을 통해 학교와 가정이 서로 소통이 가능하며, 수강 신청, 학습자료의 송수신 등 학교 관련 업무가 모두 윌마(Wilma)를 통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나이스가 학부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정보의 방향 또는 내용이 매우 제한적이며 학생은 접근이 안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핀란드의 윌마(Wilma)는 우리나라 고교학점제 운영에 있어 주는 시사점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직 교사의 핀란드 고등학교 체험기에 따르면 학교시설은 우리나라의 흔히 학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비교하였을 때 건물 구조부터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이성우, 2014). 우리의 학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옆으로 길게 펼쳐진 직사각형 건물구조가 대부분이지만 북유럽의 나라들( 덴마크-스웨덴-핀란드)의 학교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갖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학교 내부에는 곳곳의 벽면에 큰 그림액자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연상하게 하고요. 매우 큰 그림이 곳곳에 있는 것도 특이하지만, 그림 자체도 굉장히 파격적입니다. 이러한 교육환경은 학생들의 창의성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습공간의 경우, 우리나라의 홈룸(homeroom) 개념의 교실이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공부하는 방으로서의 클래스룸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수강신청하여 이수하는 학점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인데도 복도가 아닌 로비의 모양새를 띤 곳에서 나름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학생을 속박하는 모양새가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PISA(OECD 국가 간 학업성취도 평가) 최상위권의 결과를 도출하는 교육환경은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사항입니다.

 

핀란드 야르벤빠(Järvenpään Lukio) 고등학교(출처: 이성우(2014) 현직 교사의 핀란드 고등학교 체험기)

 

일본의 고교학점제 시설 및 교육환경

  일본의 고교학점제 운영 고교를 중심으로 학교 건축 사례를 분석한 손석의(2018)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단위제 및 총합 학과 고등학교는 학생의 다양한 학습요구에 맞추어 기존 고교에 비해 평균 약 1.5배의 수업이 개설됩니다.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여 다양한 학습권을 보장받고, 이에 따른 다양한 학습 집단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학습 집단의 규모도 다양해지며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에 따른 소인수의 강좌도 많아집니다. 학교에서의 생활과 학습은 기존의 학급단위에서 개인단위로 바뀌고, ‘우리 반’, ‘내 자리의 개념도 약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있어 학교생활의 기반이 되던 종래의 홈룸(homeroom) 개념의 클래스 설정이 어렵게 됩니다. 실제로 요즘 일본 학교현장에서 교과교실제, 단위제 및 총합 학과를 운영하는 고교들은 학생들의 생활 거점공간, 즉 이바쇼(居場所)의 부재의 문제, 지식 전달, 생활지도, 학생들에게 종래의 안정적 홈룸이었던 학급의 해체에 따른 귀속의식의 저하 등 여러 문제점이 계속해서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개별 학생의 학습 권 부여에 따른 수업 운영 계획이 다양해지고 이를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학교시설 및 교육환경의 정비도 요구되었습니다. 단위제 및 총합 학과 고교 운영에 따른 예상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학급 해체로 인한 생활거점공간의 불안정 및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 저하

- 정보전달 및 학생 생활지도의 문제

- 선택과목의 수요에 대응하는 다양한 형태와 수의 교실 필요

- 학생의 공강 시간 활용 방안 마련

- 다양한 형태의 학습집단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공간 필요

 

  일본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단위제 고교를 운영해 오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건축적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형태의 홈베이스 등 생활 거점공간을 설치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공강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교내 곳곳에 다양한 휴게 및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율학습을 위한 공간이나 학생들이 질문이 있거나 소통이 필요할 경우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적 배려도 특징적입니다. 카리타스 여자 중·고등학교는 이러한 학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노력들이 잘 이루어진 학교 중 하나입니다. 교무센터는 개방적인 유리벽과 열려있는 내부구조로 외부에서 내다볼 수 있고, 학생들과의 만남이 쉽게 내부에 카운터와 테이블을 설치하였습니다. 교과 준비실은 교원이 상주할 수 있는 충분한 면적과 학생과 접촉하기 쉬운 배치와 다양한 공간적 배려를 하였습니다.

 

카운터와 테이블이 설치된 교무센터(좌), 복도 곳곳에 설치된 소파(우)  ※ 출처: 손석의(2018) 고교학점제에 대응하는 학교건축

  요코스카 시립 요코스카 총합고등학교는 벽에 대한 개념을 굉장히 유연하게 설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습의 형태에 따라 혼자서도 벽을 간단히 이동시킬 수 있는 가동식으로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한 교실로 다양한 수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코스카 총합 고등학교의 가동식 벽(좌), 소규모 교실(우) ※ 출처: 손석의(2018) 고교학점제에 대응하는 학교건축

 

  모리오카 스코레 고등학교는 학급 담임제가 아닌 학생의 선택과목에 따른 튜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학교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아래 그림과 같이 학년 단위의 넓은 홈베이스를 구성하고, 파티션 및 가구를 활용하여 유동적으로 공간 조절이 가능하도록 배려하였습니다.

 

모리오카 스코레 고등학교 학년 홈베이스 ※ 출처: 손석의(2018) 고교학점제에 대응하는 학교건축

 

※ 참고문헌 

 1. 허주 외(2018).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 및 시설 관련 쟁점과 과제

 2. 이자형 외(2018). 고등학교 혁신의 관점에서 본 고교학점제의 가능성 탐색

 3. 이성우(2014). 현직 교사의 핀란드 고등학교 체험기

 4. 손석의(2018). 고교학점제에 대응하는 학교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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