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⑨ 해외 운영 사례(미국)

  고교학점제는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학점 이수 방법, 졸업 기준, 평가방법 등의 차이가 있지만 학생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는 지향점은 모두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고교학점제는 도입단계에서 이들 나라의 장점을 흡수하고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 맞게 보완 및 개선을 해야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미국의 고교학점제 운영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미국(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고교학점제 학사제도

  미국의 고교학점제 학제는 주나 학교구마다 다양하며, 대개 6-3-4, 7-2-4, 5-4-4 중 하나로 운영됩니다. 그리고 특징적인 것은 우리나라가 지향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학사제도인 무학년제와의 결합입니다. 그러나 모든 학교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 따라 몇몇 과목에서 신입생(9학년)과 10∼12학년이 수강할 수 있는 과목에 대한 학년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고교학점제는 과목별 시험, 학기 또는 학년말 시험, 졸업 시험 등과 연동되어 평가에 대한 질 관리가 얼마나 엄정했는지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며, 단순히 교사의 수업 시간에 출석했다는 양적 기준보다는 해당 교과목과 학기, 학년, 학교급 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수했느냐의 질적 척도로 작용하도록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1학점의 개념은 주 5회 1년간 수강하는 양(course-load)을 표시한 개념으로 미국 고등학생은 1년에 평균적으로 6∼7과목을 수강하여 4년간 총 24학점을 수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학업능력에 따라 교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수준별 학점이수제도를 운영하여 위계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으며, 난이도 및 위계에 따른 교과수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 Ⅱ-13> 교과목의 난이도에 따른 수준별 개설

난이도	구분
상 (대학학점 선이수제)	<영재교육> AP(Advanced Placement)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중	우등(Honors)
하	표준(Regulars, Standard)

 ※ 출처: 김혜영 외(2018) 교과목의 위계적 개설과 성취도별 과목 이수 권고를 재구성함

 

  우등과목(Honors)은 표준 과목(Regulars) 보다(Regulars) 어렵고 AP과목보다는 쉬워서 AP 수강을 위한 전제조건의 성격도 있습니다. AP 과정은 대부분 고교에서 제공하고 있으나 IB과정의 경우 운영 여부가 학교에 따라 다릅니다. AP과목 수는 학교의 교육환경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마그넷(magnet) 고교가 일반 고교에 비해 많은 과목을 제공하지만, 명문 사립고라 하더라도 학생 수가 적으면 10개 이하의 AP과목을 개설하기도 합니다. 보통 일반고는 9학년 때는 AP과목 이수를 장려하지 않아서, 9학년 때 표준과목(Regulars)이나 AP 선수과목인 우등 과목(Honors)을 이수하고, 10학년부터 AP과목을 수강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사례를 포함하여 미국의 학사제도는 일반적으로 교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세부 과목을 제공하고 있으며, 학생 개개인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교과를 선택·이수하는 무학년제 기반의 학점제 운영이 핵심입니다.

 

미국(플로리다 주)의 고교학점제 교원 운영

  한편 미국은 우수한 학사제도에 비해 교원 수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고질적인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동일한 학위를 취득하고 취업할 수 있는 다른 직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교사의 연봉이 낮다는 점과 누구든지 쉽게 교사가 될 수 있기에 사회적으로 전문직으로 인정받거나 존경받지 못한다는 점, 승진의 기회가 부족하고 업무의 창의성 및 자율성이 낮다는 점 등이 고질적인 교사 부족 현상을 낳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다만 교원 운영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고교학점제에 운영에 주는 시사점은 교과 담당 교사 이외에 상담교사가 다수 배치된다는 점입니다. 플로리다 주의 보통의 공립 고등학교 중 하나인 Coral Springs의 경우 상담교사가 10명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학생의 진로진학 상담, 학교생활 상담 등 일반적인 상담교사의 역할과 함께 상위 수준의 과목(AP 또는 DE과목)을 수강하고자 할 때 교과담당 교사와 함께 학생의 계획 및 학업 수준을 함께 검토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기 보다는 본인의 이수기준 및 진로계획 등을 고려하여 전문 카운슬러(상담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학점을 이수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또한 주(states)의 교육과정 성취기준 및 수업일수 등을 중앙에서 결정하거나 단위학교에서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장학사, 지역인사 등이 참여하는 교육 커뮤니티 그룹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교육과정과 같은 중요한 교육정책에 대한 사안은 학교 안팎의 교육 인력을 활용하여 수용적이고 민주적인 형태로 결정됨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