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게슈탈트(Gestalt)란 ‘모양’, ‘형태’, ‘전체’ 혹은 ‘구조를 가진 개체’ 등의 뜻을 지닌 독일어입니다. 전체는 개별 요소들의 단순한 총합과는 다른 그 이상이며 의미 있는 통일체로 만드는 그 무엇을 가리키는데요. 이처럼 게슈탈트란 개체가 환경을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의미 있는 형태로 조직화하여 지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특정 자극을 부분으로 보지 않고 완결성·근접성·유사성 원리에 따라 의미 있는 전체나 형태, 즉 게슈탈트로 만들어 지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이유는 개인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유의한 행동으로 만들어 실행하고 완결 짓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게슈탈트’ 개념을 치료적인 영역에서 확장하여 사용하는데, 여기에서 게슈탈트란 개체에 의해 지각된 자신의 행동 동기를 뜻합니다. 즉, 개체가 자신의 유기체적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행동 동기로 조직화하여 지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게슈탈트 상담 관련 기본 개념과 게슈탈트 상담자의 자질 및 특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게슈탈트 상담의 개념
1) 전경과 배경
게슈탈트 상담은 전체로서의 유기체를 다루는 상담이론으로써, 개체로 하여금 조직화된 전체를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전체로서의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개체는 환경과 개인 간의 신축성 있는 전경과 배경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와 같이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개체가 게슈탈트를 형성하여 지각하는 것을 전경과 배경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즉, 게슈탈트를 형성한다는 말은 어느 특정한 순간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이나 욕구를 전경으로 떠올린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전경은 어느 한순간에 관심의 초점이 되는 부분을 말하고, 배경은 관심 밖으로 물러나는 부분을 말합니다. 또한, 전경으로 떠올랐던 게슈탈트가 해소되면 이는 배경으로 사라지게 되고, 그다음 관심이 가는 것이 전경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처럼 전경과 배경의 교체가 잘 이루어지면, 인간은 매 순간 자신에게 중요한 게슈탈트를 선명하게 알아차려 전경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전경과 배경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행동목표가 불분명하고 매사에 의사결정을 잘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때 전경과 배경의 자연스러운 교체는 알아차림과 접촉을 통해 일어나게 되는데, 알아차림은 게슈탈트의 형성과 관련이 있고 접촉은 게슈탈트의 해소와 관계됩니다. 따라서 알아차림과 접촉을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관심의 초점인 전경으로 떠올림으로써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미해결과제
게슈탈트 상담에서 자연스러운 전경과 배경의 교체는 전경으로 떠올렸던 게슈탈트를 완결하여 배경으로 물러나게 하고 다시 새로운 게슈탈트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순환과정을 ‘게슈탈트 형성과 해소’ 혹은 ‘전경과 배경의 교체’라고 부릅니다. 건강한 개체는 이러한 전경과 배경의 교체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개체가 게슈탈트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거나, 혹은 게슈탈트를 형성했지만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을 때, 그것은 온전히 배경으로 물러나는데 실패하게 됩니다. 이러한 완결되지 않은 게슈탈트를 ‘미해결 게슈탈트’ 혹은 ‘미해결 과제’라고 합니다.
미해결 과제는 배경으로 물러나지 못한 채 중간층에 머물면서 전경으로 올라오려고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게슈탈트의 형성을 방해한다. 즉, 미해결과제는 의식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의식에 머무르면서 끊임없이 해결을 요구하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삶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방해합니다. 이처럼 미해결 과제가 많아질수록 개인은 자신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데 실패하게 되고 마침내 심리적·신체적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게슈탈트 상담은 미해결 과제의 완결을 매우 중요한 목표로 다룹니다. 따라서 전경과 배경의 자연스러운 교체를 위해서는 미해결 과제를 잘 알아차리고 접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지금 그리고 여기
전경과 배경의 자연스러운 교체를 통한 게슈탈트의 형성과 해소 과정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욕구나 감정을 알아차려 전경으로 떠올림으로써 가능합니다. 게슈탈트 상담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현재에 완전히 실존한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완전성을 보고 깨닫고 느끼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개체는 현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불완전하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여기를 떠나 관념적인 세계를 헤매면서 다니게 되고, 그 결과 실존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에 Perls(1976)는 우리에게 관념의 세계를 떠나 감각의 세계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는 의미로써, 지금 여기에 집중할 때 전이나 관념에 빠지지 않으며 지금 여기의 현상들에 깨어있을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지금 여기에서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개체는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즉, 지금 여기에서 어느 한순간에 가장 중요한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릴 때 게슈탈트를 형성할 수 있고 접촉이 가능하며 그 결과 미해결 과제가 남지 않습니다. 따라서 완결되지 않은 게슈탈트인 미해결 과제를 남겨두지 않고 게슈탈트를 형성하여 해소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지금 여기에서의 알아차림이 필요합니다.
2. 게슈탈트 상담의 이론적 토대
1) 현상학적 접근
‘현상(phenomenon)’이란 개체에 의해 지각된 모든 경험의 대상을 뜻하며, 이는 매 순간 변화하는 에너지들의 ‘과정(process)’입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현상은 전체 장과의 맥락 또는 관계에 의해 구성되고 영향을 받으면서 조직되는 것입니다. 현상학은 사람들이 통상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현재 상황에서 실제로 지각되고 느껴지는 것과 과거로부터의 잔류물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입니다. 상담 장면에서의 현상은 지금 여기에서 경험의 조직화 패턴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감각적인 알아차림을 출발점으로 발견하고 의미를 상호 추구해나가면서 나타납니다. 이는 상담자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즉, 내담자의 언어, 신체동작, 감정, 사고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슈탈트 상담은 이러한 현상학적 접근을 토대로 함으로써 추상적 개념을 다루는 분석적이고 실체론적인 접근이 아닌 지금 여기의 살아있는 생생한 현상들을 중심으로 접근합니다. 따라서 게슈탈트 상담은 지금 여기의 명백한 현상들을 토대로 자신의 감각을 사용하면서 실제로 지금 여기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스스로 탐구하고 깨닫는 경험을 통한 인격의 성숙을 강조합니다.
2) 장이론적 접근
‘장(場)’이란 부분들이 즉각적인 관계성 안에 있으면서 서로 반응하는 하나의 전체를 말합니다. Lewin은 성격을 개인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장의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장이론에서는 모든 것들이 장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시공에 있어서 변화하며, 또한 관찰자의 상태와 시각에 따라 다르게 관찰되고, 상대적이며 가변적인 것으로 봅니다. 즉 전체적인 장 속에서 그에 속한 유기체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하는 힘들은 관계를 맺으며 연결되어 표출되기 때문에 개체의 행동도 개체가 속해 있는 장의 전체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게슈탈트 상담은 장이론적 관점을 토대로 함으로써 내담자를 둘러싼 모든 현상들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들의 전체 장과의 관계에 의해 구성된다고 보았으며, 내담자의 모든 문제는 지금 현재에 모두와 있다고 전제하였습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얻을 수 없는 자료에 대해서는 사색적이거나 해석적인 접근이 아닌 현상학적 초점화를 통한 기술적인 접근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상호작용하는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내담자와의 관계적 과정을 다루는 것을 중시합니다.
3) 실존주의적인 대화적 접근
‘실존적 대화’란 두 개인이 인격체로서 함께 만났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서, 상대를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목적으로 대하며, 대상화시키지 않고 한 인격으로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Buber는 개인이 타인과 맺는 관계를 ‘나-너(I–Thou)’관계와 ‘나-그것(I-It)’의 관계로 구분하였습니다. ‘나-너’ 관계는 솔직하게 서로의 본질적인 인간성을 존중해 주는 고유한 두 사람 간의 진정한 만남입니다. Buber의 입장을 받아들인 게슈탈트 상담은 ‘나-너의 대화’, ‘만남’ 혹은 ‘실존적 대화’라고도 불립니다.
게슈탈트 상담은 ‘나-너’ 접촉과 물러남에 의거해서 모든 현상을 이해합니다. 즉,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강조합니다. 모든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는 서로 동등한 자격을 가지면서 진솔한 만남과 대화를 토대로 이루어지고 이때 내담자는 물론 상담자 자신도 영향을 받고,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계적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양자 모두 접촉에 응할 마음이 있어야 하며, 기꺼이 접촉하려 하고, 접촉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게슈탈트 상담자는 그동안 축적하고 통합시킨 전문적 기술과 삶의 경험을 지닌 채로 내담자와의 관계 상황 속으로 자신을 던짐으로써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관계 체험이 창조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모든 치료적 탐색 과정은 대화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상담자와 내담자는 ‘나-너’ 관계를 실천하는 대화적 만남을 시작으로 상호적인 공동의 세계에 참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게슈탈트 상담은 지금 여기에서 감각적 알아차림을 가지고 현상학적 관점에 따라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내담자의 생활과 경험의 조직화된 패턴을 발견하고 체험하며 그 의미를 추구하고 관여해나가는 것을 이론적인 토대로 합니다.
3. 게슈탈트 상담 기법
게슈탈트 상담의 실천적·매개적 기초는 알아차림과 접촉입니다. 이들은 게슈탈트 상담의 출현과 함께 형성된 실제적인 핵심 내용으로서 치료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알아차림은 게슈탈트 상담에서 지향하는 상담 목표 중 하나이며 접촉은 알아차림과 더불어 개체의 유기체적인 순환과정의 핵심 축을 이룹니다.
1) 알아차림
게슈탈트 상담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알아차림은 지각하고 느끼는 것으로서 자기, 대상, 그리고 환경 등을 의식하는 능력입니다. 즉, 개체가 자신의 삶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들을 방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각하고 체험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김정규(1995)는 알아차림이란 지금 여기에서 중요한 자신의 욕구나 감각, 감정, 생각, 행동, 환경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 등을 지각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알아차림에는 자기 행동의 주체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특정 상황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반응을 아는 것 등이 해당됩니다.
알아차림을 위해서 상담자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현상들을 방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각하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erls(1969)는 완전한 알아차림이 유기체의 자기 조절에 대한 알아차림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유기체가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고 기능할 수 있게 된다고 하면서 건강한 사람의 특징으로 알아차림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건강한 사람은 유기체와 환경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매 순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림으로써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환경과의 교류에서 선명한 게슈탈트 형성에 실패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Yontef(2008)는 효과적인 알아차림이 유기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중요한 욕구에 발판을 두고, 그 욕구에 의해서 에너지가 충족되도록 돕는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알아차림을 개체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반드시 필요한 생존 도구로서 게슈탈트 상담의 핵심 목표로 강조해 왔습니다. 즉, 게슈탈트 상담의 최종 목표는 알아차림 그 자체이며 우리의 심신을 통합체로서 체험하면서 현재 일어나는 중요한 현상들을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모두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는 매 순간에 자신과 환경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아무런 가치판단이나 비판 없이 일어나는 그대로 알아차리면서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이러한 알아차림을 위해 현재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어떻게 억압하고 차단하는지, 새로운 체험을 어떻게 회피하고 방어하는지 지금 여기에서의 알아차림이 필요합니다. 이에 이영이(2014)는 순간순간을 계속해서 알아차리는 알아차림의 연속과 지금 여기의 경험을 발견하고 온전히 알아차리려는 훈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신의 내적·외적 상황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어야만 자신에게 중요한 욕구나 감정을 게슈탈트로 형성할 수 있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게슈탈트 이론의 선구자인 Perls는 알아차림 그 자체가 치료적일 수 있다고 하였으며, Simkin과 Yontef(1984)는 알아차림이 게슈탈트의 유일한 목표이며 필요한 모든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Perls, L.(1973) 또한 유기체의 가장 중요한 관심이 온전히 경험되고 처리됨으로써 배경으로 녹아들어 가 수 있고 그다음에 오는 적절한 게슈탈트에게 전경을 내어주게 되는 게슈탈트 형성과정을 통한 알아차림의 연속이 게슈탈트 치료 목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게슈탈트 상담에서 알아차림은 치료 목표인 동시에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2) 접촉
게슈탈트 상담은 개인과 타인 간의 접촉 혹은 개인과 그 개인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물 간의 접촉의 깊이에 초점을 둡니다. 접촉이란 관심의 초점인 전경으로 떠오른 게슈탈트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즉, 에너지를 동원하여 실제로 환경과 만나는 행동이 접촉입니다. 효과적인 접촉은 개체가 개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을 비롯한 타인이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기체와 환경이 만나는 장소를 접촉 경계라고 하는데, 경계는 유기체의 한계를 정하고 보호해 줌으로써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접촉을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비언어적인 언어의 의미를 감지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자신이 내담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등에 관해 내담자와 소통하는 진정한 나와 너의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처럼 상담에서의 접촉은 내담자와의 대화적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데 그러한 접촉은 내가 아닌 것, 그리고 다름에 대한 알아차림이 존재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즉, 건강한 개체는 접촉 경계에서 환경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열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닫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체는 나-경계에 포함되는 자신의 부분들과는 쉽게 접촉할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범위의 행동이나 욕구, 감정, 가치관 등에 대해서는 접촉하기가 힘듭니다. 게슈탈트 상담은 이렇게 소외된 자신의 측면들이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되어 심리장애를 일으키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Perls(1948)는 이전까지 소외되어 있던 부분들의 통합을 강조하면서 잘 통합된 사람은 사회에 의해 삼켜지거나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그것에 관심을 갖고 접촉하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접촉 경험은 이처럼 우리에게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가르쳐주며, 우리가 세계의 일부를 느끼도록 돕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알아차림이 개체가 유기체와 환경의 장에서 펼쳐지는 현상들을 전경으로 떠올려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행위라면, 접촉은 그렇게 형성된 게슈탈트를 행동을 통해 해소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접촉을 통해서만이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완전히 발현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이런 점에서 접촉은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경험이 변화될 수 있는 계기이자 수단이며 개체가 성장해 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알아차림과 더불어 개체의 유기체적인 순환과정의 핵심 축으로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상에서 게슈탈트 상담의 실천적·매개적 기초로서 알아차림과 접촉을 종합한 결과, 주관적인 경험과 ‘알아차림 연속’을 강조하는 게슈탈트 상담은 관계적인 접근을 취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과 그들과의 실제적인 접촉을 중요시합니다.
Zinker(1978)는 알아차림이 활성화되면 진정한 접촉이 가능하지만 알아차림이 차단되었을 경우에는 진정한 접촉이 일어나는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알아차림을 통한 접촉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부정적인 면에 직면 하여수용 하게 함으로써 성장하게 하며 환경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창조적인 능력을 부여합니다.
3) 접촉 경계 혼란
개체와 환경 사이의 교류와 접촉은 일반적으로 접촉 경계에서 일어나며, 이러한 접촉이 만들어지는 경계는 에너지가 침투하고 박동하는 중심지입니다. 이 경계에서 유기체는 자신의 분리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동화와 연합을 추구합니다.
이처럼 유기체는 접촉 경계 지점에서의 접촉을 통해 ‘자신/나’가 아닌 것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나’를 경험합니다. 접촉 과정에 있어 건강한 개체는 접촉경계에서 환경과 교류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경계를 열어 받아들이고, 해로운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닫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합니다. 그러나 접촉경계에서 혼란이 생길 경우 개체와 환경의 유기적인 접촉은 방해받게 되고, 이로 인해 미해결과제에 둘러싸여 마침내 환경에 창조적으로 적응하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Perls(1969)는 이를 인간과 환경이 직접 만나지 못하도록 둘 사이에 중간층 같은 것이 끼어 있는 현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접촉경계혼란은 개체와 환경 사이의 경계가 너무 경직되어있거나 모호해질 때, 혹은 경계가 상실될 때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즉, 경계가 너무 경직되어 단단하면 환경으로부터 자양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고, 경계가 너무 모호하여 불분명하면 해로운 것이 들어올 때 막지 못하며 경계가 상실되고 개체의 정체감이 없어져버린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환경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자기를 보호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접촉경계혼란행동들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들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오히려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Perls는 이러한 접촉경계 혼란이 일어나는 형태로 내사, 투사, 융합, 반전, 자의식의 다섯 가지 종류를 제안하였고, Polster는 Perls의 분류에서 자의식을 빼고 편향을 추가시켰습니다. 이들이 제안한 여섯 가지 접촉 경계 혼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사란 마치 음식물을 충분히 씹지 않고 삼킴으로써 소화를 못 시켜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키게 되는 것처럼 사회와 부모의 가치관을 자기 것으로 충분히 동화시켜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내면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둘째, 투사란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 등을 마치 타인의 것인 것처럼 지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셋째, 융합이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사람이 상대방과 차이가 없다고 느끼도록 묵시적으로 합의하는 현상을 말한다.
넷째, 반전이란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행동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 혹은 상대방이 자기 자신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행동을 스스로에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섯째, 자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관찰하여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현상을 말한다.
여섯째, 편향이란 환경과의 접촉이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될 때, 그러한 경험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환경과의 접촉을 차단하거나 자신의 감각을 둔감화시켜 환경과의 접촉을 약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접촉 경계 혼란은 유기체의 에너지를 환경과의 효과적인 접촉에 쓰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버림으로써, 접촉을 단절시키고 마침내 성장을 멈추게 합니다. 접촉경계혼란은 알아차림의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게슈탈트 상담자들은 모든 정신병리 현상이 접촉 경계 혼란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유기체 이론에 입각해서 볼 때, 심리적 혹은 생리적 장애란 미해결 과제와 동일한 개념이고, 미해결 과제는 접촉 경계 혼란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이러한 접촉 경계 혼란을 극복하여 미해결 과제와 접촉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개체 자신의 접촉 경계 혼란과 관련한 알아차림의 회복을 강조합니다.
※ 참고문헌: 김국희(2018). 게슈탈트 상담자의 알아차림과 접촉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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