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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성취평가제

고등학교 성취평가제의 문제점

by 신박에듀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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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고등학교 성취평가제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취평가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토대로 개발된 교과목별 성취기준 및 성취 수준의 학생 도달 정도에 따라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고 A-B-C-D-E 혹은 A-B-C, P로 성취도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학생이 무엇을 어느정도 성취하였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며, 성취평가제 도입은 학교 교육의 평가 방식이 학생들 간의 서열 중심 평가에서 학생들의 성취기준 중심의 평가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즉 성취평가제는 기존에 고등학교에서 실시되었던 9등급의 상대평가를 교육목표의 달성 수준을 강조하는 성취평가로 대체하는 것으로 기존의 평가 결과에 따른 ‘줄 세우기 식’의 상대평가를 지양하고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개발된 교과목별 성취기준·성취 수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성취평가제는 학생이 부여받은 성적을 집단의 점수 분포에서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규준 참조 평가가 아닌 단위학교에서 설정한 성취기준에 학생이 도달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의 학업에 대한 부담 경감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성취기준과 성취수준 설정의 어려움, 출제 관련 문제, 채점과 평가 문제, 결과 활용 문제 등 운영의 신뢰도 문제, 성취기준과 학생평가간의 연계 약화 등의 문제점 등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 포스팅은 김순남 외(2018)의 '고등학교 성취평가제의 諸문제와 정착 방안'을 재구성하였습니다.

 

 

1. 고등학교 성취평가제 운영의 신뢰도 문제

 

  성취평가제 운영의 실제는 크게 교육과정 운영 계획 단계, 교수학습 및 평가 단계, 그리고 평정 및 정보공시 단계로 구분됩니다. 교육과정 운영 계획 단계에는 학교 학업성적관리 규정 개정을 비롯하여 성취기준 및 학기 단위 성취 수준 마련, 교수학습 계획 수립, 그리고 평가계획 수립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수학습 및 평가 단계에는 교수학습 실시를 비롯하여 출제계획 수립 및 이원 목적 분류표 작성, 평가도구 제작, 분할점수 산출, 평가시행 및 채점, 평가결과 해석 및 활용 등이 포함되어 있고, 평정 및 정보공시 단계에는 학기말 평정 및 성적 보고와 정보공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제기한 성취평가제의 문제점은 학생 수준 설정의 어려움, 교육여건 상의 문제 등 중학교와 비슷하나 대학 입시와의 연결 문제, 홍보 부족 문제 등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러한 문제점을 절차상의 문제점과 여건상의 문제점으로 구분하면 성취평가제 절차상의 문제점으로는 성취기준과 성취 수준 설정의 어려움, 출제 관련 문제, 채점과 평가 문제, 결과활용 문제 등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성취평가제의 여건상 문제점으로는 성취기준과 수준 설정의 참고자료 부족, 교사의 업무과다 및 시간 부족, 교사의 자율권 확보 문제, 제도에 대한 교사의 이해 및 전문성 부족, 홍보 부족 문제, 제도 자체의 문제점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의 학생평가에서 신뢰도는 평가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차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오차에는 학생의 기분, 신체적 조건, 불안, 수험전략 등과 같은 내적 오차와 시험 안내문, 문항 표집, 시험의 질, 채점 오류 등과 같은 외적 오차로 구분됩니다. 그래서 학생의 평가결과로 획득한 관찰 점수는 실제 수행과 어느 정도의 오차를 합하여 구성됩니다. 실제로 어떤 관찰점수를 해석할 경우에 이러한 오차 점수를 감안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학생평가 또는 교실평가의 신뢰도는 교사의 교수적 판단을 위해서 평가결과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독특성을 갖습니다. 즉 교실평가의 신뢰도는 측정오차와 교수적 의사결정의 조합으로 해석됩니다. 전통적이고 심리측정학적인 신뢰도 개념은 측정오차에 초점을 맞추지만, 교실평가에서는 학생의 학습에 대한 교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실평가에서 신뢰도는 교사의 의사결정 맥락 내에서 다양한 오차들의 영향력을 추정하는 것입니다.

 

 

2. 분할점수 설정 방법 선택에 따른 신뢰도 문제

 

  고등학교 성취평가제 적용 지침에 따르면 교육과정 운영 및 교과 특성을 고려하여 교과협의회에서 과목별 성취 수준 설정 방법을 학년도 초에 결정하고, 해당 과목별로 학교 학업성적관리 규정에 명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A, B, C, D, E로 평정하는 교과는 고정 분할점수 적용 방법과 단위학교 분할점수 산출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성취평가제를 운영함에 있어서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을 정하고 분할점수를 설정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현재 고등학교 보통교과는 고정 분할점수만을 적용하는 중학교와 달리, 단위학교에서 교사들이 함께 협의하여 분할점수를 산출하는 단위학교 산출 분할점수와 고정 분할점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분할점수 설정 방법 선택의 문제는 학생들의 학기말 평정 결과 산출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이를 결정하는 주체인 교사들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는 성취평가제 시행에 따른 어려움으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항목 중의 하나입니다.

  분할점수 산출 방법을 적용할 경우에 제공된 분할점수 산출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현장 교사들은 임의적으로 특정한 점수를 여러 번 입력하여 형식적으로 산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할점수 적용과 관련한 심층 면담 결과에 따르면, 학교현장에서는 교과평균이 낮은 현 상황에서 고정 분할점수를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단위학교 산출 분할점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취 수준별 학생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단위학교 산출 분할점수 산출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또한 단위학교 산출 분할점수에 대해 모르는 교사도 다수 있으며, 분할점수 산출 과정에 있어서 소수의 교사만 참여하여 의도적으로 목표한 분할점수를 산출해내는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손민정 외, 2015: 180). 또한 이현숙과 임선영(2012)의 조사에서도 분할점수 산출의 임의성과 이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저항, 산출된 등급을 대입에 활용할 경우 학교 간 비교 불가능성 등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성취평가제에서 교사들은 분할점수를 절대적인 준거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비율을 미리 정해 놓고 분할점수를 거기에 맞추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상황에서는 분할점수가 절대적인 등급 구분 점수로 기능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교사들은 성취평가제에서 분할점수를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어려운 점과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명하여 이를 납득시켜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할점수를 임의적으로 산출하는 것은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고등학교마다 다른 분할점수 기준에 따라 산출된 동일한 성취등급을 비교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될 것입니다. 따라서 성취평가제에서 성취수준을 구분하는 분할점수를 임의적으로 산출할 경우에 이로 인한 학생 및 학부모의 저항이 예상되고 이와 같이 산출된 등급을 대학 입시에서 활용하는데 고등학교 간 비교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현행 내신 9등급과 성취등급이 병기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학생이나 학부모, 심지어 교사들도 분할점수 설정 방법에 대해서 무관심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적표에 내신 9등급이 없어지고 성취 등급만 기재될 경우에 분할점수 설정 방법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교사들은 분할점수 설정 방법을 선택하는 문제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더욱더 크게 느끼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학교 현장에서 분할점수 설정 방법을 선택하는 문제가 성취평가제에서 신뢰롭고 타당한 평가결과를 도출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따라서 분할점수 설정 방법의 선택 문제는 내신 9등급과 성취등급의 병기 방식이 폐기되고 성취 등급만을 제공할 경우에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도 다양한 상황별로 어떤 종류의 분할점수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신뢰롭고 타당한 학생평가 결과를 도출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심층 연구가 필요합니다.

 

 

3. 성취기준과 학생평가 간의 연계 약화에 따른 신뢰도 문제

 

  성취평가제를 도입한 근본적인 취지는 성취기준, 교육과정, 수업, 그리고 평가 간의 연계(alignment)를 강조하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서 연계란 성취기준, 교육과정, 수업, 평가와 같은 교육제도의 구성요소들이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정도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Porter는 연계를 성취기준과 평가가 동일한 내용을 다루는 정도라고 정의한 Web의 정의를 성취기준, 평가, 그리고 교육과정에 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따라서 성취평가제에서 교육제도의 구성요소들 간에 동일한 내용을 다루는 것은 일치나 부합의 정도를 의미하게 됩니다. 보통 주(州)단위 또는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과 지역이나 학교 교육과정 간에는 일치의 정도가 높은 편입니다. 또한 가르친 내용과 평가되는 내용이 거의 유사해야 하는 것은 명백하게 이해가 됩니다. 일치의 정도는 전문가적 판단의 문제이므로 이런 판단이 신뢰로울 수 있으나, 일치 수준이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 과정을 표준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낙오자방지법안의 통과와 교육의 책무성 시대가 도래됨에 따라 교육정책 입안자들과 연구자들이 연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연계에 관한 개념은 교육제도를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고 NCLB 법안에서 의무화시킨 책무성 평가의 엄격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점차 정교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무성 평가가 강화됨에 따라 현장 교사들은 교사의 수업과 학생평가를 국가수준의 성취기준과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성취기준을 제대로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교사는 자신의 교육과정, 수업 및 학생평가와의 일치 또는 부합 정도를 판단하는 과정에 전문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성취기준과의 연계에 대한 교사의 판단 유형은 초기단계, 중간단계, 우수단계, 그리고 정교화 단계로 구분하여 제시되고 있습니다.

  먼저 초기 단계에서는 성취기준과 평가에 대해서 대략적인 판단을 내리고, 중간단계에서는 각 성취기준과 연계되는 평가의 존재를 단순히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됩니다. 이어서 우수단계에서는 문항의 유형뿐 아니라 지식과 기술의 깊이에 대한 판단을 포함합니다. 마지막으로 정교화단계에서는 인지적 요구 수준(깊이)과 성취기준을 연계시키는 것으로, 성취기준에 포함된 내용 범위가 교사의 수업 및 평가와 일관성을 유지하는지와 영역별 강조점이 적절한지를 점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취평가제를 도입하면서 성취평가제에 대한 교사의 평가 전문성 함양을 위하여 성취기준을 기반으로 수업과 연계된 학생평가 활동에 대한 이해와 적용 능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은림 등(2012)은 성취평가제 도입으로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할 때에 평가결과보다는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개정 교육과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적 평가 환경에서 벗어나 협력학습, 토론 등과 같은 수업 방식의 적용 확대 등 교육과정-교수학습-학생평가의 연계를 통해 교육의 통합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김순남 외(2014)에 의하면 성취평가제에서는 교육과정, 수업, 그리고 평가 간의 유기적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규준참조평가 체제는 성취기준, 수업, 그리고 평가 등의 연계성에 관심이 없는 것에 비하여 성취평가제는 학생들의 성취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개발된 교과목별 성취기준에 도달한 정도로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므로 이러한 평가결과는 교사의 수업개선에 도움이 되는 정보로 활용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성취기준-교육과정-수업-평가 간의 연계는 성취평가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성취기준, 교육과정, 수업, 평가 등과 같은 교육제도의 핵심 구성요소들이 동일한 내용을 다루면서 일치 정도를 높이는 것은 바로 성취평가제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게 됩니다. 구성요소들 간의 연계 강화를 통하여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높은 평가 역량이 요구됩니다. 교사가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전문성을 갖추게 된다면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손민정 외(2015)의 성취평가제 운영에 관한 설문 조사 및 심층 면담 결과, 현행의 지필평가 중심의 평가체제에서는 성취기준과 평가의 연계성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취기준과 평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지필평가 중심의 평가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시도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의 수행평가 반영 비율을 확대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4. 고등학교 성취평가 결과의 신뢰도 문제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생평가는 학생지도라는 교육적 기능과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선발적 기능을 행사하도록 규정하는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25조에는 이러한 학생평가의 두 가지 기능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학생평가는 두 가지 기능을 최대한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현행 성취평가제는 선발적 기능보다는 교육적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제도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적 기능을 표방하는 성취평가제는 공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현장에서 성취평가제는 학생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경우 성취평가제의 기본 방향을 인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학 입시제도와 연계할 경우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도록 실현 가능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신뢰도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와 과학적 가치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교현장에 수행평가 방법이 도입되고 교실평가 실제가 강조되면서 학생평가의 신뢰도 제고 방법론이 새로운 논쟁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결과의 신뢰도는 타당도와 더불어 교육측정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신뢰도와 타당도는 상호보완적이며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교사의 학생평가에 있어서 신뢰도 문제는 6가지 구성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신뢰도의 구성 요건에는 신뢰성, 일관성, 정확성 등과 같은 사회적 혹은 과학적 가치의 결정, 평가의 목적과 맥락에 대한 명확한 진술, 특정한 평가에서 반복에 대한 정의, 필요한 신뢰수준 또는 관용의 결정, 증거, 그리고 판단 등 6가지로 열거되고 있습니다.

 

 

5. 성적 과대 평가로 인한 신뢰도 문제

 

  선발적 기능을 지니고 있는 고부담 검사에서는 학생들이 평소에 획득한 점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이래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학생들의 성취도를 향상하고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도구로서 검사 기반 책무성 평가를 실시해 왔습니다. 책무성 평가정책으로 인하여 학생의 점수가 놀라운 성과를 보였으며, 성취도 격차를 좁힌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연구에서는 검사기반 책무성 평가정책이 성공의 증거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최근 국가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에서는 검사기반 책무성 평가 정책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주 단위 검사에 포함되지 않은 교과의 수업시간을 단축하고 검사대상 교과에 대한 시간을 늘리는 것과 같은 교육 실제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실제의 왜곡 현상을 점수 인플레이션(score inflation)이라 규정합니다. 점수 인플레이션이란 책무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 검사에서 획득한 점수가 검사에서 알리고자 한 학생 학습의 실제 점수보다 현저하게 더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이 대학 입학의 전형기준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기 때문에 성취평가제를 통해 획득한 성취평가 결과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부담 검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성취한 학생평가의 결과가 대학 입시에 전형요소로 반영됨에 따라서 각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과대평가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성적과대평가 현상은 내신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라고도 부릅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시행된 절대평가제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 당시 성적 부풀리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05년부터 준거 참조 평가 체제는 폐지되어 현행 석차 9등급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성적 과대평가 현상은 대학 입시와 연계되어 고부담 검사로 인식되어 교사가 학생을 더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목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이기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현행 성취평가제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제공하면 대학에서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변환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러한 방안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성취평가제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으로 내신 성적 부풀리기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취평가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학생평가의 교육적 기능과 선발적 기능을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성취평가제의 구조적인 모순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만약 성취평가제 도입 이후에도 성적 과대평가 현상이 발생한다면 이는 내신 성적의 신뢰도를 저하시켜 성취평가제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내신 성적 부풀리기 현상으로 대입에서 내신의 비중이 약화되어 사실상 내신 성적이 무력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순남 외(2014)의 조사에 의하면, 성취평가제의 부정적 측면으로 내신 성적 부풀리기 현상에 대하여 교원, 교육전문직, 대학, 전문가 집단은 대체로 높게(71.2%~83.3%) 동의한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낮게(43.5%~46.5%) 동의하였습니다. 특히 대학이나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를 위한 내신 성적 부풀리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손민정 외(2015)의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성취평가제 안착을 위하여 필요한 항목 가운데 성적 부풀리기 방지 대책 마련이 가장 필요한 항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적 과대평가 현상을 억제하거나 방지하는 대책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성숙 외(2012)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이채희와 박은아(2012)는 국가수준, 교육지원청 수준, 단위학교 수준에서 성취평가제 운영 결과 점검 체제를 제안하면서 단위학교의 성적 부풀리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와 단위학교의 성취평가제에 따른 성취 수준별 분포 비율을 함께 고려하여 점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박은아 외(2014)가 단위학교, 시도교육청, 국가수준에서 성취평가제 운영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시한 모니터링 방안에 의하면, 단위학교에서는 성취평가제 운영 모니터링 자체 점검표를 활용하고,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업성적관리 내실화 점검 지표를 통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교육부에서는 학업성적관리 내실화 점검 지표를 활용하여 전국 고등학교 정보공시 자료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어서 손민정 외(2015)는 성취수준에 따른 학생 비율을 무분별하게 과대 산출되지 않도록 성취 수준별 분할점수를 단위학교 정보공시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방안과 학생생활기록부에 교과 평균과 표준편차 외에 성취 수준별 분할점수와 학생 비율을 함께 기재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6. 평가정책의 불안정성에 따른 신뢰도 문제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러 차례 변경되어 왔습니다. 교육과정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개정 작업이 최근 8년 사이에 크게 세 번이나 개정되었습니다. 또한 대학 입시 정책도 수시로 바뀌는 관계로 고등학교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빈번한 변경은 이해당사자들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어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평가정책의 불안정으로 인한 이해당사자들의 불신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교육부가 201년 12월 13일에 발표한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에서 성취평가제가 공식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려는 교육과정의 취지와 학생들의 창의와 인성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평가제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게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성취평가제는 2012학년도 1학기부터 중학교 전교과와 고등학교 전문교과가 먼저 시행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보통교과는 2012년과 2013년 2년간 전국 10개교 고등학교에서 시범 운영한 후에 문제점을 보완한 다음 2014학년도 1학년 학생들부터 연차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여 현재 모든 학년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2013년 10월 25일 발표한 2017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에서 성취평가의 유예기간을 단축하여 대입 반영 여부를 앞당겨 결정할 것이라고 확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즉, 성취평가 결과의 대입 반영을 2018학년도까지 유예하고 2019학년도 이후 성취평가 결과의 대입 반영은 성취평가제 정착 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그 운영 결과를 보아가며 2015년도에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2015학년도 외국어고․국제고 입학 전형 1단계 선발 방식 중에서 영어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을 중2는 성취평가제, 중3은 석차 9등급제로 변경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중학교 교사들도 성취평가제의 지속성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2015)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을 확정․발표하면서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시기에 따라 수능 개편안이 연동되어야 하므로 고등학교 보통교과의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 방안도 2018년 이후로 다시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평가정책이 자주 변경됨에 따라 성취평가제의 지속성과 실효성에 대해 우려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민희 외(2014)의 조사에 의하면, 성취평가제 운영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점이 성취평가제의 지속적 시행 여부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났고, 성취평가제 안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개선사항에 대해 성취평가 결과의 대입 방안 마련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볼 때, 성취평가 결과의 대입 반영 유예가 성취평가제에 대한 공감도 및 정책 신뢰도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보입니다.

  또한 일부 고등학교 교사들은 성취평가제의 대입 반영 방식이 연기된 것과 더불어 성취평가제 자체도 조만간 폐지될 것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그동안 교육정책이 지나치게 자주 변화되어 왔으므로, 성취평가제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며 다른 정책으로 대체될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성취평가제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가정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성취평가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국가 차원의 의지를 널리 홍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취평가제의 지속적 운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속에 성취평가제의 취지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성취평가제가 시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교육 이해당사자들에게 심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 참고문헌

- 성취평가제의 대입전형 활용에 대한 한국사 교사의 인식 연구(이명규, 2015)

- 현행 고등학교 성취평가제에서 단위학교 분할점수 산출에 대한 대안적 연구(홍선표, 2018)

- 고등학교 성취평가제의 諸문제와 정착 방안(김순남, 이병환, 2018)

- 고등학교 보통교과 성취평가제 적용 실태 분석 및 개선 방안(손민정,서민희,박종임,김유향,이현숙(2015)).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E 2015-5.

- 성취평가제의 대입활용 방안 탐색(이현숙,임선영(2012)). 제19회 KICE교육과정․평가정책포럼 자료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료 ORM 2012-113.

-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대입전형 연계방안 기초연구(지은림,강태훈,상경아,임진택,장동만,주석훈(2012)).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CRE 2012-13.

- 중등학교 성취평가제 운영과 안정적 정착을 위한 과제(김성숙,박은아,상경아,이채희(2012)).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료 ORM 2012-16-3.

- 단위학교 성취평가 질 관리 방안(이채희,박은아(2012)). 제19회 KICE교육과정․평가정책포럼 자료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료 ORM 2012-113.

- 2014년 고등학교 보통교과 성취평가제 운영 현황 및 개선 방안(서민희,박은아,전경희,강민경,성경희,최지선,이현숙(2014)).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CRE 2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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