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치료란? ② 유형 및 기법

안녕하세요 에듀몬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문화매체로서의 영화를 활용한 심리치료인 영화치료의 개념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영화치료의 유형과 기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영화치료의 유형

 

  영화치료는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와 내담자가 어떤 형태로 영화를 관람하게 되는지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기조력적 영화치료(Self-help cinematherapy)로 영화감상치료의 일환입니다. Solomon(1995)은 우리의 삶에서 스스로를 돕기 위해 이미 영화를 활용하고 있으며, 영화치료는 일상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는 자가 요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론적으로 자기조력적 영화치료는 영화텍스트와 관람자의 자발적 상호작용으로 치료가 일어나는 것으로 가정합니다. 영화 치료라는 개념이 제시되기 전부터 사람들은 혼자서 영화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거나 대안적 사고를 획득하는 등 영화를 자신의 삶에 통합하는 작업을 시도해왔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급속히 성장한 영화 관련 콘텐츠는 독자가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 일련의 가이드로 기능합니다.

  Wolz(2005)는 치유적 변화를 목적으로 영화를 선택할 때 참고할 만한 목록과 영화관람시 유지해야 할 태도, 심리적 변화를 촉진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였고 곽현주(2019)는 영화를 본 후 독자가 스스로 답하면서 치유와 통찰에 이르도록 연관된 질문과 음악을 제시하였습니다. 김수지(2013)는 이러한 자기조력적 영화치료를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는데 혼자서 영화를 보고 스스로 치유적 경험을 하는 자기조력적 개별 영화치료(self-help single cinematherapy)와 둘 이상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기조력적 집단 영화치료(self-help group cinematherapy)로 상정하였습니다.

  둘째, 상호작용적 영화치료(interactive cinematherapy)유형입니다.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은 영화라는 텍스트를 사이에 두고 영화치료자와 참여자가 영화를 삶에 통합시키도록 하는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화를 보고 내담자의 치료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개입하는 치료자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현재까지 국내외에 보고된 영화치료 연구는 개인상담보다 집단상담 형태가 더 많이 시행되었고 국내의 경우 김수지와 안창일(2005)의 연구에서 상호작용적 영화치료 개념이 언급된 이후 다수의 연구를 통해 실험적으로 적용되고 검증되었습니다.

  셋째, 표현 영화치료(Video work cinema therapy) 유형입니다. ‘영화 만들기 치료’로도 일컬어지는 이 유형은 영화를 감상하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내담자가 주체적으로 영화란 매체를 활용하여 창작 및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며 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이해하며 변화하는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표현영화치료의 유형 중 하나인 ‘비디오 다이어리’는 자신이 피사체가 되어 카메라로 자신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기록한 화면은 자신의 이미지를 반사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가정하며 자신의 감정과 역사, 생각과 생활의 표현을 강조합니다. Mavis(1982)는 어릴 때 성적으로 학대 받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개인치료, 집단치료와 함께 비디오치료를 실시하 였는데 참여자 모두가 죄의식과 분노점수는 감소되고 자아존중감은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영화전공자들 사이에서 치유적 개념을 도입한 창작치료(방유리나, 2006)가 보고되었고 우울한 성인 여성(박준형, 2010), 청소년(한현주, 2012), 대학생(김은하, 2015)을 대상으로 표현영화치료를 실시하여 심리적 우울, 집단 적응 유연성, 자기개념 인식 등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성인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영화와 사진을 감상하는 감상예술치료 활동과 영상과 사진을 직접 촬영하는 표현예술치료접근을 혼합 적용하여 프로그램 실시 후 참여자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 자기 수용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고 했습니다(이정민, 김수지 & 천성문, 2017). 이는 통합예술치료 관점에서 표현영화치료가 효과적으로 적용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이상과 같이 세 가지 유형의 영화치료는 상담 및 심리치료의 여러 단계에서 지시적, 연상적, 정화적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2. 영화치료의 기법

 

  첫째, 지시적 방법(prescriptive way)의 영화치료는 일종의 교훈적인 이야기, 문제해결을 위한 모델, 또는 잠재능력에 접근하거나 개발하기 위해 특정한 영화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시적 방법에서 영화 보기는 서로 다른 태도와 행동을 선택하고 문제 해결 과정을 학습하는 관찰학습 및 대리학습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내담자들은 자신과 유사한 문제가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볼 수 있고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해결책을 배웁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강화가 되고 내담자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킴으로써 재미와 동시에 문제해결 방식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지시적 방법은 영화 속 모델들을 활용하여 내담자의 자기 이해를 돕고, 생각을 가르치거나 재구조화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시적 방법은 연령층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상담 분야 뿐 아니라 영화를 활용한 교육, 연수, 재활, 정신간호, 복지 등에서 폭넓게 응용됩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 발달과업과 연관된 지시적 방법의 영화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둘째, 연상적 방법(evocative way)은 영화를 하나의 꿈이나 투사를 위한 도구로 가정하고 꿈의 기억을 활용하여 상담을 받듯 영화 관람 후 자유연상 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중요한 타인에게 갖는 감정을 상담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감정이나 행동의 일부로 퇴행하는 것은 방어를 해제하고 의식의 수준을 확장하여 보다 자연적인 자기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연상적 방법은 영화 관람 도중 일어나는 모든 자극을 무의식이 주는 단서로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극’이란, 영화 관람 도중 특정한 신체·정서적 반응이 일어나는 장면이나 영화가 끝난 후 잔상으로 남는 감각반응입니다. 스크린에 투사된 개인의 무의식적 기억과 경험을 의식 수준에서 대면하는 것은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비롯하여 일상적인 실수나 망각으로 위장된 무의식적 소망과 갈등을 이해하는 길이 됩니다. 자신의 무의식으로부터 건네받은 메시지를 의식의 수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삶의 건강한 측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연상적 방법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보고하는 자극에 주목하고 그것이 주는 메시지를 치료적 과정에 반영합니다. 조상호(2017)는 영화의 모호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연상적 방법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영화치료를 실시하였고 프로그램 실시 후 내담자의 우울, 공격성, 대인관계, 존중감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고하였습니다. 내담자에게 연상을 일으키는 자극은 스토리, 인물, 음악, 미술적요소 등 무엇도 될 수 있으며 상담자는 미술치료, 음악치료, 이야기치료 등 다른 장르의 예술치료와 통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정화적 방법(cathartic way)은 내담자가 카타르시스를 많이 경험 할수록 치유의 과정에 보다 빠르게 도달한다는 가정을 근거로 합니다. 치료자는 영화를 통해 내담자가 몸과 마음에 저장해둔 방출하지 못한 정서에 접근하고 이를 방출하도록 도와줍니다. 많은 영화는 사고보다 정서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에, 영화는 감정을 억압하려는 본능을 중화시키고 정서적 방출을 촉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화적 방법은 마음이 후련해지는 정서적 환기를 통해 정신이 고양되고 고갈된 에너지가 재생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긴장과 스트레스, 고통을 완화하는 신체적 작용을 하며 불안을 완화하기도 합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언어적 상담보다 단기간 내에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 자체가 스토리, 캐릭터, 음악 등 다양한 장치를 배열하기 때문이며 이때 방출된 정서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친밀감을 높여주고 라포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 합니다. 또한 의사소통 기능으로도 작용하며 상담자와 내담자는 그 정서를 정확히 공감하고 그것의 근원과 이유를 함께 논의함으로써 내담자가 어떤 상황과 문제에 처해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내담자는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고 또 이해받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좀 더 상대방의 정서를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영화치료는 세 가지 유형과 방법이 독립적으로 혹은 통합적으로 사용됩니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도 심리치유적 가치를 지니지만, 이후 상담에서 치유적 반성과 논의가 이어질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 참고문헌: 영화치료에 대한 국내 연구동향 및 관련 변인에 대한 메타분석(방미나,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