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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자존감수업(윤홍균 저): 내일 출근할 명분을 만들다

by 신박에듀 2019.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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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감 수업. 서명을 듣고 문득, ‘! 굉장히 건방진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은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영역이고 민감할 수 있으며 측정할 수 없다고 여겼는데, 이것으로 수업을 한다고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존감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 내용으로 책에서 깨달음을 전할지 큰 호기심이 솟아 일단 독서를 위한 동기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책을 마주하였고, 덕분에 앉은자리에서 쉽게 완독을 하였다. 책의 주제가 사적인 영역인 만큼 나의 일상의 영역에 대입이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페이지마다 마주하게 되었다.

  한편 책이 워낙에 유명한 탓에 책을 읽기 전에 몇 가지 정보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의사라는 저자의 직업은 나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왔다. 체계적, 과학적, 정량적으로 주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겠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자칫 수구적 접근으로 독자들을 훈계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이 책의 첫 이미지가 조금은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는 건방진’ 선입견이었다. 책을 다 읽었을 때 책에 대해 처음 가졌던 건방진 타이틀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말해 책을 읽기 전 가졌던 궁금증과 의문에 대한 해갈이 이루어지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자존감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정리이다. 기존에 내가 인지하던 자존감의 풀이는 자아존중감의 준말로 조금 더 쉬운 말로 나타내면 잘난 척할 수 있는 마음가짐정도가 되겠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으나, 그것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기가 상당히 모호한 자존감을 저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다음과 같이 정량적 비유로 풀어주었다. 자존감은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지 낮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레벨을 의미하며, 숫자 또는 높이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논외이지만 이 책이 잘 팔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결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인문학적이고 정성적이며,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자존감을 수치화하여 접근해서 이해를 돕다니 의사이지만 작가가 되는 꿈을 버린 적 없는 저자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인문·자연계열이 통합되고, 4차 산업 혁명시대가 맞춤형 융복합 인재를 요구하듯 작가가 마치 이 시대의 표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막연하게 측정이 불가하다고만 생각했던 자존감에 대한 기준이 어느 정도 바뀌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갖고 있는 자존감에 대해 점검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또한 책에서는 연애, 인간관계, 감정 등 인간이 마주하는 매일의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매우 구체적인 사례들이 어렵지 않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여기서 깨달은 점은 인간의 동기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발현되는 위치가 다르듯, 자존감 또한 인간이 마주하는 환경에 따라, 주제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의 연애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연애이다. 다행히도 사랑이라는 영역에 대해서는 책에서 경계하고 있는 나쁜 사례들을 비켜가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행복하게 연애를 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요즘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이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범죄임을 깨닫고 굉장히 놀라웠다. 성숙한 연애를 하는 것도, 성숙한 이별을 하는 것도 안정된 자존감이 그 원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호감, 즉 사랑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의 좌우명은 나 자신을 사랑하자였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내 자신에 대한 높은 자존감의 원천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좌우명은 실제로 고3 수험생활을 하며, 대학에 진학하여, 군생활을 하며, 취업준비를 할 때, 그리고 현재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순간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다주었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한 믿음, 신뢰는 지금 현재 다니는 직장에 입사하면서 정점을 찍었는데, 취업난이 심각할 때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나의 힘으로 노력하여 일군 결과이기에 나 자신이 너무나 기특했다. 나의 전공을 살려 일을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보람은 더욱 컸다. 하지만 책에서도 설명하듯 직장은 낭만적인 공간이 아니기에, 직장에 대한 만족도 및 자존감의 크기가 유지되기는 힘들었다. 저자의 직장은 월급이라는 합의금을 주고 우리를 달랜다는 표현은 사실이었다. 나는 직장에서 좋으면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설명하지 못할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종종 그 감정에 대한 원인에 대해 답을 찾곤 했는데 그때마다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나는 그 감정의 원인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는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가 의심스러울 땐 직업, 직장, 꿈을 분리해서 생각하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동료 간의 갈등, 과도한 업무 등이 종종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혼동을 하게 하여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내일도 출근할 명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르침. 직장이 곧 꿈이 아니듯, 나는 책을 읽은 뒤로 요즈음 퇴근 후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퇴근을 하면 직장을 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취미생활을 하며 내 자신에게 꿈의 발판을 마련해주려 노력한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는 확신을 주며,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있다. 서명만 듣고 용감하게 가졌던 책에 대한 무식한 선입견이 나에게 강한 내재 동기를 불러일으켰고, 곧 강한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어떠한 주제든 만족도의 곡선이 항상 유지되는 것이 아니듯 내가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을 돌이켜보고 자존감의 영역에 대입을 시켜본 것만으로도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바쁘다는 핑계 속에 소홀했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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